내년 제 21대 총선, 정말로 ‘인물’ 보고 찍을까?

남도일보 오치남의 우다방 편지

내년 제 21대 총선, 정말로 ‘인물’ 보고 찍을까?

오치남<남도일보 정치·총괄데스크(이사대우)>
 

요즘 부질없는 상상을 해 본다. 과연 우리 역사에 가정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 특히 우리 정치나 선거사에 대입하면 어떨까? 시계 바늘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간다면 현재의 결과물이 바뀔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에 빠진다. 역사에 가정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생각 자체는 즐겁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냐는 핀잔을 들을 수 있지만 그래도 ‘상상은 자유’라 하지 않았는가.

광주·전남 지역민 절반 이상이 내년 제 21대 총선에서 ‘정당’보다는 ‘인물’을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보고 한 표를 행사할 것으로 나타난 여론 조사 결과가 ‘상상의 자유’를 멈추게 하지 않고 있다. 남도일보와 남도일보TV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알앤써치에 의뢰해 추석을 앞두고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광주와 전남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2천32명(광주 1천25명·전남 1천7명)을 대상으로 한 지역 정치인식 조사 결과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광주 5.6%·전남 8.1%다. 조사방법은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광주 26.0%·전남 21.1%)과 무선(광주 74.0%·전남 78.9%, SK·LG·KT로부터 제공받은 안심번호 ) 자동응답이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번 여론 조사결과 내년 총선에서 후보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광주시민 60.1%·전남도민 55.7%가 ‘인물’을 꼽았다. 반면 ‘정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광주 21.2%·전남 18.9%에 그쳤다. 유보층은 광주 18.7%·전남 25.4%로 집계됐다. 시·도민들의 인물 선호도가 정당 선호도보다 2배 넘게 나와 내년 총선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줬다. 광주시민의 인물 선호도는 40대(68.8%), 여성(62.3%), 광산구(68.2%)로 정당 선호도(각각 18.6%, 17.9%, 20.1%)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도민의 인물 선호도는 40대(60.8%), 남성(60.4%), 정의당 지지층(63.4%)이 정당 선호도(각각 17.4%, 20.0%, 13.0%) 보다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당이 분열된 민주평화당 지지층의 유보층(잘 모름)이 36.3%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총선에서 어떤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광주시민 63.6%가 민주당이라고 답했다. 정의당 7.1%, 자유한국당 5.2%, 민주평화당 4.3%, 바른미래당 3.3%, 대안정치연대 주도신당 1.3% 순으로 나타났다.성별로는 남성 62.7%와 여성 64.4%가 민주당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전남도민의 경우 민주당 후보라고 답한 응답자가 65.6%로 집계됐다. 정의당 5.7%, 민주평화당 5.4%, 자유한국당 4.8%, 바른미래당 4.7% 순이다. 지역별로 나주·광양·순천·여수·목포가 67.9%로 가장 높게 나왔다. 장흥·강진·해남·영암·무안(63.0%), 곡성·담양·구례·고흥·보성·화순(62.7%), 함평·영광·장성·완도·진도·신안(62.4%) 등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내년 총선을 7개월 가량 앞두고 민주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를 보이면서도 정당 보다는 인물 위주의 투표를 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앞으로 후보 선택 기준이 바뀔 수 있다는 암시를 준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그동안 광주·전남 표심은 선거때마다 사전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특정당에 쏠리는 이른바 ‘독식 현상’이 주를 이뤘다. 2016년 총선에서도 광주·전남 지역구 18곳 가운데 민주평화당이 16석으로 거의 싹쓸이 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각각 1석에 그쳤다. 당시 몰표를 준 시·도민들이 현재 만족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는 “아니올씨다”이다. 그렇다고 현재 지역구 의원들 모두가 의정활동을 소홀히 했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특정당 ‘독식 현상’은 견제와 경쟁·다양성 차원에서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벌써 광주·전남에서 ‘총성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민주당의 경우 경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표를 찍기 위해 권리당원에 가입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려오고 있다. 인물보다는 지연, 학연, 혈연에 치우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물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이제부터 입후보자의 삶과 도덕성, 능력 등을 기준으로 자신만의 기준표를 만들어 총선을 준비해보자. 정당보다 능력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투표장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사전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광주·전남,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준비된 유권자로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위대한 선택’을 내년 선거에서 기대해 본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