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28)

제4부 풍운의 길 2장 이괄의 난(428)

정충신은 다소의 병력 손실을 입고 황주 남쪽 신교로 물러났다. 전세는 계속 밀려서 그곳에 제2 방어선을 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교도 밀리기 시작했다. 그는 남이흥을 불렀다. 군기(軍器)까지 맡은 계원장이라 그 직을 다른 군관에게 맡기고 중군장으로서 역할을 전담하도록 임무를 부여한 뒤 말했다.

“지휘체계가 통일되지 못해서 각 부대끼리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각 군관들이 나의 지휘를 잘 받아 이행하도록 조치하시오. 자꾸 밀리면 조정이 불안해하오.”

“앞으로 싸움은 수월해질 것입니다.”

남이흥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무슨 전략이 있소?”

“있습니다. 이괄 군대 기강도 흐트러져 있습니다. 반란을 따르느냐, 투항하느냐로 지휘관들이 패가 갈렸소이다.”

“하면, 투항자를 데려올 자신이 있소? 우리의 군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오. 지푸라기 하나라도 건져서 써야 할 상황인데, 그것 잘되었소.”

남이흥이 직접 반군의 진영에 숨어들어가 안면이 있는 중군장, 부장들을 접촉했다.

이괄이 이 사실을 알고 항왜병들로 짜여진 방어부대를 설치했다. 항왜병들은 용병(傭兵)으로서 직업적으로 싸우는 무리들인지라 칼과 창, 총포를 잘 다루었다. 조선 군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그들은 주장(主將)이 시키는대로 따르는 무리였다. 그들의 공격은 맹렬했다.

정충신이 적진에 들어간 남이흥을 지원하기 위해 화살에 불을 붙여 반란군 초소에 일제히 날렸다. 초소가 불에 타고 군사들이 이리저리 뛰고 있었다. 잠시 후 남이흥이 뛰어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이괄군의 선봉 허전과 송립, 오달봉이 따르고, 일군의 군졸들이 창검을 든 채 뒤따르고 있었다.

“전부대장, 투항자들입니다.”

일시에 아군 진영에 환호성이 올랐다. 절대부족의 군사가 충원되니 사기가 오른 것이다. 그러나 정충신이 냉정하게 말했다.

“이들을 모두 수용소에 수용하라.”

“그럴 것까지 없습니다. 우리가 반란군의 수급 셋을 베어왔습니다. 그러니 이미 강을 건너고 다리를 태운 것이지요. 돌아가면 우리가 맨먼저 죽습니다. 이제 우리는 관군입니다. 선무교육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송립이 반군의 두상을 하나씩 바랑에서 꺼내놓았다. 그렇더라도 정충신은 투항자에게 곧바로 활과 창을 쥐어줄 수는 없었다.

“수고했으니 잘 먹고 휴식을 취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한마디 묻겠소. 적정은 어떻소?”

“이괄 군은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관군보다 우위에 있소이다. 훈련이 잘되어 있고, 먹을 것, 입을 것을 제대로 공급받으니 사기 또한 충천해 있소이다.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예성강, 임진강을 건너야 하는 바, 곧 사지를 돌파하는 셈이지요. 관군은 예성강, 임진강을 방어선으로 설정하여야 할 것이오이다.”

정충신이 고개를 끄덕이고 이중로 방어군이 예성강 상류 마탄을 지키도록 지시했다. 마탄은 수심은 얕지만 급류가 심한 편인지라 쉽사리 건너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래서 이괄군을 마탄으로 유인하면 여울에 꼬라박기 좋은 전술 지역이었다. 2월의 매서운 바람과 살을 에는 날씨에 강물에 빠지기만 하면 한 놈도 살아나오지 못할 것이었다.

“마탄은 저탄, 합탄, 기탄 등 여러 여울들이 있는 곳 중에서도 목이 좁아 건너기가 좋지만, 대신 물살이 세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곳이렸다? 합탄면의 수룡산에서 내려다 보면 더 확실하게 적을 섬멸할 수 있으렸다?”

정충신이 자신감을 보였다. 날이 새자 이괄 군대가 기습적으로 마탄으로 달려들었다. 관군이 선제공격을 당한 것이다. 군사기밀이 사전에 노출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투항병을 제대로 관리했느냐?” 정충신이 연락 군교에게 물었다.

“오달봉이란 놈이 튀었습니다.”

“뭐가 어째?”

투항병 중에 위장 병사가 있었던 것이다. 초병이 안이하게 대처하느라 놓쳐버린 것인데, 적병에게 아군의 군사기밀을 알려주고 풀어준 셈이었다. 정충신이 그렇게 투항병을 단속하라 했건만, 사태가 이 지경이 되었다. 조정에서 득달같이 선전관이 달려왔다.

“역도 정충신은 들으라. 관군이 연전연패하는 것은 정충신이 필연코 이괄과 내통한 탓이다. 일찍이 이괄과 접선해온 정충신이야말로 반역 중에 반역인 바, 구족을 멸할 것이로다!”

삼족도 아니고 구족이라니? 구족이란 아버지 계열(父族) 넷, 어머니 계열(母族) 셋, 처가 계열(妻族) 둘의 가족을 말한다. 인원은 대략 180에서 200명이다. 완전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형벌이다. 삼족은 부계, 모계, 처계 친족을 통틀어 부른다. 인원 수는 45명에서 60명으로 이것 역시 멸족 수준이다. 이들 중 주모자는 목을 베었고, 나머지는 형편에 따라 노비, 처첩으로 삼았다. 어느 누구 하나 숨을 쉴 수 없는 너무도 가혹한 사회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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