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의 미디어 시대, 공공소통의 가치는?
배미경(호남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주)더킹핀 대표)

누구나 손쉽게 방송을 만들고, 댓글로 정책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이면 자기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칠 수 있는 5천만 개의 미디어 시대가 열렸다. 정보에 대한 통제권이 소수의 미디어 권력으로부터 대중에게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홍보도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체미디어를 중심으로 브랜드 홍보를 강화하는데, 삼성은 2015년부터 ‘삼성투모로우’라는 공식블로그를 ‘삼성 뉴스룸’으로 개편하여 브랜드 저널리즘에 시동을 걸었다. 동원그룹도 올해 초 기존의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미디어 동원’으로 통합하고 자체적인 콘텐츠 생산력을 강화했다. 과거처럼 전통적인 신문과 방송의 언론 보도에 의존하지 않고 자사의 브랜드 이야기를 기업이 직접 전달함으로써 오히려 브랜드 신뢰성을 강화하겠다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기업들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서 지출하는 광고홍보비의 경우도 2018년을 정점으로 인터넷이 신문, 방송, 잡지, 라디오 4대 매체를 추월한 상태다. 이런 흐름은 디지털이 가져온 변화다. 자체적인 생산이 가능한 손쉬운 콘텐츠 제작 툴과 콘텐츠 확산 플랫폼, 전국민의 인터넷 이용,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진화가 이런 흐름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개인 미디어가 가능한 5천만 개의 미디어 시대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다.

공공의 변화는 오히려 파격적이다. 충주시는 B급 콘텐츠를 과감하게 포스팅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느 날 충주시청의 페이스북 커버 사진이 갑자기 충주의 명소인 탄금호 풍경에서 검은 바탕에 노란색 궁서체로 “충성할 때 충! 충주시청”, 빨간색 고딕체로 “믿음, 소망, 사과. 사과는 충주사과” 등 기성세대가 보면 ‘아무 말 대잔치’수준의 낙서장으로 바뀌었다. 해킹을 당했나 할 정도로 충격적인 도발이었다. 이후 충주시청 소셜 채널에는 옥수수 이벤트, 충주시 고구마 이벤트, 개 슬픔 ㅠㅠ (개 잃어버린 분, 개가 기다립니다) 등 자작 콘텐츠가 이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었고, 이 흐름이 대한민국 지자체 소셜미디어의 혁신사례가 되었다. 한 일간지에서는 ‘B급 홍보 개척 공무원’이라는 타이틀로 담당 공무원을 소개하며, 근엄했던 지자체의 홍보 트렌드를 일순간 ‘B급 병맛’으로 바꾼 공무원의 반란이라고 평했다. 이 덕분에 공공분야 소셜 소통을 담당하는 전국의 공무원들에게 충주시청은 소셜 소통의 바이블로 등극했다. 충추시의 발상은 공공PR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시프트(communication shift)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공공분야에서 홍보 콘텐츠는 ‘격조’ 있어야 하고 ‘근엄’해야 한다는 편견을 바꿨다. 가장 더디게 최신 트렌드가 수용되는 보수적인 공공분야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더욱 반향이 컸다.

요즘 웬만한 정부의 부처를 비롯하여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은 적어도 4-8개의 SNS소통채널을 운영한다. 정부의 소통평가에서도 SNS 활용은 15%의 비중을 차지 할 만큼 중요한 소통 지표가 되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도 2008년 처음으로 블로그를 개설한 이후 지금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플러스 친구, 유튜브 까지 다양한 채널을 개설하고 시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소통 노력을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도시마케팅본부를 신설하고 기획홍보를 처음 시도했던 2007년에 비하면 콘텐츠는 더욱 말랑말랑해졌고, 홍보전문가들의 활약은 빛나고 있다. 정책을 소통하기 위한 콘텐츠의 다양성과 아이디어도 참신해졌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신박한 정책설명 콘텐츠인 [광주시책 1분으로 끝내기], 광주시청 국장과 신입직원간의 택시대화를 소재로 한 [세대공감 택시], 각 실국의 역할과 기능을 알려주는 [내방로 사람들]과 같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을 포맷으로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할 만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언론평가에서 주요 신문보도의 공신력 마저 한자리 수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간접적인 매체 정보보다도 기관이 직접 생산한 공식 채널에 대한 신뢰도가 더 큰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신문과 방송에게 죽은 미디어, 즉 레거시 미디어라고 지칭하겠는가. 시대가 변했으니 공공소통도 변해야 마땅하다. 형식적으로는 그러한 흐름을 잘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도 있다. 정책정보 전달의 효용성 보다는 트렌드와 형식에 집중해서 보다 중요한 공공소통의 가치가 밀려나서는 안 될 것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기초는 트렌드를 쫓아가는 형식과 재미만을 추구하는 콘텐츠에서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책개발단계의 시민참여 확대와 시민의견을 귀담아 들으려는 경청의 자세다. 성과를 알리는데만 급급한 정보는 홍보로 비치지만, 어떤 정책을 개발할 것인지를 묻는 콘텐츠는 소통으로 다가올 것이다. SNS는 시민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최상의 플랫폼이다. 공공홍보는 시민의 세금으로 시민에게 정책 정보를 알리는 일이다. 공공소통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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