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19> 진도 양준식·박현애씨 부부

가구업체 대표에서 원목 표고버섯 농부로

“버섯은 농부 발소리 듣고 자란다”…맛이 최고

마을 텃세 극복하기 위해 마을 단체 활동 활발

상생 차원서 판매장에 주민들 작물까지 전시

“귀농하려면 마을 이장 만나는 것이 첫번째”

“버섯은 농부 발소리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어요” 전남 진도군 의신면에서 원목으로 표고버섯 농사를 짓는 부부가 있다. 주인공은 양준식(50)·박현애(39·여)씨 부부. 4천950㎡(1천497평) 규모의 하우스 15동을 운영 중인 ‘참 표고버섯’의 양대표는 서울에서 가구사업을 하던 중 서울 생활에 염증을 느껴 자연을 택해 귀농했다. ‘흐트러짐 없이 모든 일을 철저히 계획해서 실행하자’는 것이 삶의 모토인 그는 2014년도에 귀농해서 작년에 1억 8천여만원이라는 매출을 올렸다. 농사 뿐 아니라 판매를 위해 신설한 개인 판매장에는 귀농한 마을 주민들의 작물까지 전시하고 팔아주면서 마을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양준식(50)·박현애(39) 씨 부부는 2014년도에 전남 진도군 의신면에 터를 잡아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제주도 보다 진도

양씨는 귀농하기 전 잘 나가는 가구회사 대표였다. 개인 사업장을 꾸리기 전에도 가구회사에서 설계나 디자인을 담당했던 그는 경험을 살려 회사를 차렸다. 그는 서울에서 가구업을 하며 50살이 되기 전에 꼭 귀농을 하리라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구시장은 경쟁력이 너무 치열해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너무 좁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치열한 가구시장의 경쟁에 치여 서울 생활에 염증을 느낀 그는 개인 사업을 시작한지 8년만에 정리를 하고 결단을 내렸다. 2014년 5월, 본격적인 귀농 준비를 시작한 그는 도시와 멀고 가능한 자연과 가까운 곳을 찾아 제주도를 선택했다. 이유는 단순히 자연이 아름다워서였다. 그는 제주도에서 그림같은 집을 짓고 농사를 짓는 워너비 귀농 라이프를 계획했다. 하지만 신중한 성격에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작물로 귀농해 성공하자’라며 다짐을 했지만 좀처럼 작물을 정하지 못했다. 점차 조바심이 났던 그는 아내 박현애 씨의 고향인 진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제주도도 섬이고 진도도 섬인데 멀리 가지 말자”라며 타협점(?)을 찾았고 그해 진도군 의신면으로 내려왔다.
 

양씨가 재배중인 표고버섯은 배지에서 수확하는 버섯과 다르게 원목에서 생산하고 있다.

◇‘맛’위해 선택한 원목 표고버섯

진도에 터를 잡은 양씨는 작목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구업으로 사업의 쓴 맛을 한번 본 그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귀농 당시 3년간 수입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충분한 돈을 마련했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내에 수익을 올리려 고민을 거듭했다. 작은 땅에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품목을 고민하다가 표고버섯을 작물로 택했다. 준비 중에는 틈틈히 시간을 내서 표고버섯의 주산지인 장흥군의 버섯농가들과 산림조합 등을 방문했다. 이어 진도군의 버섯 농가들을 찾아가 일손을 거들고 현장에서 기본적인 교육과 버섯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다. 하지만 날이 거듭할수록 양씨의 고민은 더해졌다. 표고버섯을 배지로 재배하면 빠르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많은 식당을 다니며 직접 시식해본 결과 맛은 원목에서 재배한 버섯이 월등했다. 하지만 원목에서 재배한 버섯은 재배방식 특성상 1년 6개월이 지난뒤에 수익이 나기 때문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표고버섯 재배 방식을 배지가 아닌 원목으로 정했고, 귀농한지 꼬박 1년만에 농사를 시작했다.
 

양준식씨가 운영 중인 개인 버섯 판매장.
양씨가 운영하는 개인 판매장은 마을주민들과 상생을 위해 주민들의 상품을 무료로 진열해주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개인사업장

기존 11동으로 시작한 버섯재배는 2015년 귀농 농업창업자금을 지원받아 15동으로 늘렸다. 이후 탄력을 받은 버섯 농사는 2016년에 본격적인 도·소매 판매를 시작으로 첫 매출로 8천만원을 올렸다. 그렇게 점차 자리를 잡아가던 양씨는 청장년 창농지원사업을 지원받아 개인 판매장을 신설하고 판매장에서 직접 생산한 표고버섯을 판매하며 수익을 올렸다.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한 양씨는 시선을 마을주민들로 돌렸다. 기존 마을 텃세가 심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던 양씨는 사천리마을 청년회, 표고버섯연합회, 진도군 임업인 후계자 협회 총무 등 다양한 마을 활동을 했고, 개인판매장도 마을주민들과 같이 사용하자는 판단을 내렸다. 개인이 개설한 판매장에 양씨의 버섯과 함께 마을 농가들이 생산한 작물들을 함께 전시해 대신 홍보하며 판매하겠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적당한 판매처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던 농가들과 귀농해 같은 고민을 나눴던 농가 10곳을 선정해 입점했다. 벌꿀, 울금 등 다양한 농가들의 상품을 받아 전시하고 대신 판매해줬지만 양씨는 마을 주민들과 상생하며, 봉사의 일환으로 생각해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양씨는 “개인 판매장을 수익이 없는 신개념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발전시켰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마을 주민들과 더불어 상생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후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양씨가 재배해 2차 가공한 표고버섯

◇절대 혼자 귀농하지 말아라

양씨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귀농을 결심하고 정착할 마을을 정했다면 그 지역 마을 이장을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여러 행정기관들 보다 마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건 이장이다”며 “예를 들어 시골은 이웃집 숟가락 갯수까지 알고 있다 라는 말이 있는데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마을 이장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집이 살기 좋은지, 마을 사람들과 관계는 어떻게 형성 하는 것이 좋은지 등 마을 이장을 찾아가면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또한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은 시행착오를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 지름길 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양씨는 “각 지역마다 농업기술센터가 있다. 해당 센터에서 먼저 상담을 받아보고,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미리 경험을 해본 뒤 귀농을 하는 것이 순서”라며 “센터를 통한다면 다양하게 미리 경험을 쌓고 자신만의 신념을 세워서 꾸준히 밀고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혼자 귀농하지 말고 가족들과 함께 정착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며 “혼자 먼저 귀농한다면 같은 처지의 귀농인들과 친해지고, 어울리며 농사는 뒷전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했다”고 덧붙였다.

글/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영상·사진/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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