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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32)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32)

제4부 풍운의 길 2장 이괄의 난(432)

정충신은 그 혼자만의 생각이 들통난 듯 잠시 몸을 흠칫 했으나 마음을 가다듬고 부관에게 명했다.

“아무 말 아니다. 이괄과의 옛 기억이 되살아나서 탄식했을 뿐이다. 귀관은 군관회의를 소집하라.”

“장군께서 요즘 몇날을 잠도 못주무셨습니다. 피로가 쌓이면 군무를 수행하시는데 여러모로 지장이 있으니 휴식을 취하십시오.”

“알았다. 그러나 지금 지체할 시간이 없다. 군관회의를 소집한다. 작전을 짜야겠다.”

긴급 소집 명령을 받고 각 부장들이 정충신 막영으로 들어왔다.

“우선 적정 상황을 보고하시오.”

김막돌 천총이 나섰다.

“저탄에서 금방 당도했습니다. 남이흥 장군이 결사대를 조직하여 적진 깊숙이 쳐들어가 삽시간에 적들을 격파했습니다. 그것까지는 좋으나 적들은 저탄에 이르러서 이괄 본진과 합류했습니다. 힘이 갑자기 막강해졌습니다. 저탄 방면은 방어사 이중로, 이덕부, 김세물을 비롯하여 풍천부사 박영신, 평산부사 이확, 연안부사 이인경, 옹진현감 윤정준이 각각 예하부대를 이끌고 여울목에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정보가 오지 않아 방심한 가운데 일시 전투대형을 풀고 있었습니다.”

이때 적이 저탄 대안의 방어태세를 탐망(探望)한 뒤 얕은 여울목으로 몰래 스며들어와 불시에 기습하여 관군을 덮쳤다. 느닷없이 화포가 울리고 조총탄과 화살이 우박처럼 날아들자 관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 전쟁에서 관군은 처참하게 유린되었다.

이 패배에 책임을 지고 이중로와 이덕부가 강물에 몸을 던져 죽고, 평산부사 이확은 쌓인 시체더미 속에 묻혀 죽음을 면했으나 부상으로 몸이 온전하지 못했으며, 옹진현감 윤정준, 풍천부사 박영신이 포로가 되어 이괄에게 끌려갔다.

이괄이 대에 서서 끌려온 두 사람에게 호령했다.

“그대들이 무슨 죄인가. 중앙 부처의 간신배들 때문에 욕을 보고 있는 것이지. 내 그대들 목숨을 살려주겠다. 나와 함께 혁명을 일으켜서 세상을 바꿔보자. 어떤가.”

윤정준이 잠시 흔들렸으나 박영신이 의젓한 자세로 고개를 쳐들고 있으니 그도 도리없이 뻣뻣한 자세가 되었다.

“네, 이놈, 우리에게 무슨 욕을 보이려 드느냐. 반란군에 협력하라니, 나의 가문을 더럽히는 너야말로 용서치 못하리라.”

윤정준이 추상같이 소리쳤다.

“뭐가 어쩌고 저째? 내가 나쁜 놈이라고? 궁궐의 간신배 새끼들이 나쁜 놈들이지, 내가 나쁘다고?”

“네, 이놈, 너는 부원수로서 나라의 은혜를 입은 자인데, 어찌 이런 망발인가.”

“야, 이 새끼야, 그놈들도 나라를 엎고 지 세상 만들었어. 왜 나한테만 닥다구리해? 지들 멋대로 공신록 만들어서 지들끼리 나눠먹었잖아. 너라면 분이 안나겠냐?”

“쪼잔한 놈, 그 하찮은 벼슬자리 하나 가지고 반란을 일으키냐? 그런 것이 나라를 들어먹을 이유가 되냐고? 그 정도 가지고 반역을 꾀하니 너는 인간이 아니다. 니 앞에 무릎꿇느니 이를 물고 죽겠다. 어서 목을 쳐라.”

“내가 어쨌관대. 나는 사람이 아니고, 명예욕과 감투욕도 없냐? 불공평한 세상을 바로잡자는데 나한테 욕해? 이런 요상한 놈이 다 있나?”

이괄이 방방 떴고, 곁에 있던 한명련이 버럭 소리질렀다.

“포로가 된 놈이 입은 살아있구나. 누가 옳고 그르냐를 볼작시면 거기서 거기야, 이놈아. 너 역시 이익따라 가는 놈 아니냐?”

“수군 병졸 출신이 출세하니 눈에 보이는 것 없냐? 황해도 신천군 문화현 출신이렸다? 오지 출신에 순변사까지 갔으면 출세한 놈이다. 가문 대대로 국록을 먹은 사람 앞에 끌려나온 것이 천추의 한이다.”

“에라이 씨발놈, 국록을 대대로 먹은 놈이 반란군에 붙잡히냐? 니가 말한대로 신천군의 무지랭이에게 한번 당해봐라.”

한명련이 칼을 쑥 뽑아들어 윤정준의 오른팔에 내려쳤다. 단번에 그의 팔이 잘려나가 바닥에 파닥파닥 뛰다가 멈췄다.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

김막돌 천총의 긴 말을 자르고 정충신이 물었다.

“그렇게 이괄 부대가 지방 수령들을 청소하고 한양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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