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기오염물징 배출 측정치 조작 여수산단 대기업 한 목소리 ‘질타’

“법이 우습나”…대기업 공장장들 사과, 대규모 투자도 ‘약속’

국회 환노위 환경부 국정감사에 측정업체 대표 등 증인 출석

2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대기오염 물질 배출 측정치를 조작한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대기업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여야는 측정치 조작 사건에 연루된 여수산단 사업장들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대기업들이 비용 문제로 대기오염장비 구축에 소홀했다고 집중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공장장들이 일렬로 서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날 국정감사 질의에는 배출 수치 조작과 관련해 고승권 GS칼텍스 전무, 김형준 한화케미칼 여수공장장, 박현철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장, 오승민 LG화학 여수공장장, 장갑종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또 배출 측정업체인 동부그린환경의 정오영 대표와 에어릭스의 김군호 대표 등도 출석했다.

환노위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여수산단 업체 중 최근 5년간 대기오염 초과배출로 행정처분을 받은 곳은 21곳이다.

그중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LG화학, GS칼텍스, 한화케미칼 등 6개 업체는 올해 적발돼 개선 명령을 받았다.

롯데케미칼 여수 1공장의 경우 허용기준 30ppm보다 12배 많은 355.56ppm의 암모니아를 배출한 사실이 적발돼 개선 명령을 받았으나, 불복해 이의신청한 상태다.

신창현 의원은 박현철 롯데 공장장에게 “암모니아 배출 기준 12배를 초과해 내보낸 적 있지 않나”라며 “오염방지시설 (투자에) 얼마가 든다고 롯데 같은 대기업이 이런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박 공장장은 “무겁게 듣겠다”면서도 “(환경부의) 분석 결과에 동의하기 어려워서 이의 신청을 했다”고 말했으나, 신 의원은 “그런 식이면 초과분에 대해 이의 신청하면 되는데, 이전에는 왜 배출량을 조작했나, 법이 우습게 보이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지난 2015년 브롬화합물을 기준치 3ppm의 5배가 넘는 17.469ppm로 배출하다 적발됐던 LG화학은 지난 6월 기준치 3ppm인 페놀이 3.7ppm 검출됐다.

오승민 LG 공장장은 “해당 라인에 페놀이 사용되지 않는데 다른 물질이 페놀 종류로 측정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신 의원은 오 공장장에게도 “1급 발암물질 페놀을 배출하다 적발됐지 않느냐”며 “법이 우습나. 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염방지 시설에 투자하면 이런 일이 없다”며 “투자 비용보다 배출 부과금을 내거나 조작 비용이 훨씬 싸서 (이렇게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오염물질 조작 기간 거둬들인 이윤에 대해 오 공장장은 “검찰 수사 중이라 대답할 수 없다”며 답을 피했다.

이에 이용득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이 알권리가 있는데 피의사실을 공개 하지 않겠다니, 어디서 배운 것인가”라며 “‘국회 나가면 이렇게 대응해야지’ 하는 식의 자세를 갖지 마시라”라고 했다.

신창현 의원은 “정말 안타깝다. 이른바 대기업이 투자 비용 아끼려고 배출 조작을 해서 주민건강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며 “기업의 도덕성 문제를 다시 한번 성찰하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장장들을 동시에 증인석에 세우고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임 의원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까지 포함해 미세먼지 관련 세금이 1조9천400억원 규모다”며 “세금을 가지고 미세먼지 줄이기 위해 피땀을 흘려 노력하는데 (기업들이) 대기오염 배출치를 조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의원은 “대국민 사과하세요. 머리 숙여 사과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장장들이 머뭇거리자 “머리 숙여 사과하시라. 안 하시나”라며 사과를 강하게 촉구했다. 결국 이들은 동시에 머리 숙여 사과했다.

신보라 한국당 의원은 “여수산단 문제는 올해 가장 충격적인 환경 문제”라며 “일부 기업은 2년이 넘는 기간 1급 발암물질을 초과 배출했다”고 밝혔다.

또 한정애 민주당 의원 질의에 여수산단 사업장 책임자들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지역 사회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취지다.

오승민 LG 공장장은 “1천600억 원을 환경 개선 등에 투자할 것”이라며 “문제를 일으켜서 죄송하고 주민들이 안심하는 석유화학 공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장갑종 금호석화 공장장에게 “총 대기시설 개선비용이 얼마나 드느냐”고 묻자 장 공장장은 “총 550억 원 정도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화학업계의 가장 대기업이 이 정도 투자를 안 해서 온 국민이 걱정하게 만드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배출량을 조작한 측정대행업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신창현 의원은 정오영 동부그린환경 대표에게 “2015년 오염물질을 조작해 3개월 영업정지를 받고도 4년 후 또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하우가 있나. 알려달라”고 했다.

임이자 의원이 “배출 측정 수수료로 한 달에 1억 원을 받는다”는 정오영 동부그린환경 대표에게 “배출 조작해준 대기업의 부당이익이 얼마나 될 것 같나”고 묻자 정 대표는 “계산 안 해봤다”고 답했다.

임 의원이 “계산도 안 해보고 막 조작해준 거냐, 1억보다는 더 이익을 봤겠죠?”라고 지적하자 정 대표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김군호 에어릭스 대표는 팔짱을 끼고 뒤로 기대앉아 있다가 김학용 환노위원장에게 “증인, 좋은 일도 아니고 대기오염 배출조작으로 불려 나와 팔짱을 끼거나 그렇지 않으면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그러면 되겠나. 불만이 있나”라고 지적을 받았다. 동부취재본부/최연수 기자 karma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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