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33)

제4부 풍운의 길 2장 이괄의 난(433)

이괄군이 지방 수령들을 숙청하자 백성들이 환호했다. 어진 사람은 드물고 대개는 군림하고 호령하며 에먼 백성을 잡아다 조지기 일쑤인데다, 탐나는 물건이 있으면 빼앗고 재산을 가로채는가 하면 예쁜 소녀가 눈에 띄면 가지고 놀다가 첩으로 삼거나 버리는 등의 탐심을 채우는 탐관오리가 많았다. 이런 학정과 부도덕한 벼슬아치들을 이괄 군이 가차없이 징치하니 백성들은 숨통이 트이는 것처럼 후련했다. 대리 복수의 맛이 큰 것이다.

정충신은 관군의 사기가 떨어진 것은 민심 이반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다. 난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이런 민심부터 다잡아야 했다. 권력이 순해지고, 백성을 어루만져주는 선정을 베풀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탐관오리 척결 등 근본적인 문제들은 당장 해결할 일이 아니니, 당장 이괄을 생포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충신이 자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결사대를 꾸릴 생각이다.”

“결사대라니요?”

천총 김막돌이 물었다.

“적장을 치면 휘하 조직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종당에는 와해될 것이다.”

“저번에는 도망가는 이괄의 등에 화살을 날리지 말하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그런 행위는 정정당하지 못하고 비겁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가 정면으로 반란을 위해 남하의 길을 택했고, 군왕처럼 지방 수령들을 숙청하니 잡아들여야 한다. 그를 잡는 것이 전쟁을 끝장낼 효과적인 방법이고, 전쟁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결사대를 꾸려 생포하겠다는 것입니까.”

“그렇다. 명궁수와 창을 잘 쓰는 자, 화약을 잘 쓰는 자, 힘좋은 장사 넷 씩 뽑겠다. 모두 열여섯이다. 이들이 네 조를 이루어 각개약진할 것이다.”

그때 전령이 급히 뛰어와 보고했다.

“장군, 이괄 반군으로부터 선물이 답지했습니다.”

“선물이라니? 선물이 아닐 것이다. 빨리 풀어보아라.”

선물 보따리를 풀자 서찰과 목이 잘린 두상 여덟 개가 나왔다. 두상은 목이 갓 베어진 듯 온기가 돌고 목 부분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서찰에는 “저항하는 8將의 목을 베었으니 고이 묻고 제사를 지내기를 바라는 충정으로 보내는 것이니 고깝게 받아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정충신이 나머지 서찰을 읽어나갔다.

-정 공, 그대가 나와 내통한다고 해서 모략을 받은 것 알고 있다. 징벌을 내리자는 측과 용서하자는 측의 의견이 맞섰으나 정 공이 나를 치겠다고 하여 용서받은 것으로 안다. 비변사가 정 공과 남이흥을 포상할 것도 청하였더군. 그런데 보아라. 조정에서 기자헌, 윤수겸, 이시언 등 서른 일곱을 죽이고, 2월3일(음력) 금부도사가 나의 내자를 효시하자고 청하자마자 일각도 지나지 않아서 내 처와 아우를 효시했다. 또 내 아들의 처 계이와 그 아들 방좌를 베었다. 김원량을 참수하고 윤인발의 처자 등을 죽였다. 나의 반란과 상관없는 자들을 죽이니 하늘이 분노하지 않겠느냐. 단지 나의 지인, 또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몰살을 시켰으니,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 공이야말로 정의로운 장수로 알고 있는 바, 나에게 동조하라. 동조가 정 어렵거든 나의 가는 길을 막지 말라.

“이놈이 갈수록 포악해지는구나.”

정충신이 벌떡 일어나 서찰을 찢고 소리쳤다.

“저 수급은 우리의 군관이 아니라 병졸들이다. 가련한 병졸들 목을 베어서 장수의 수급이라고 심리전을 쓰고 있다. 군관 제위는 전혀 흔들림이 없기를 바란다. 관군의 사기를 꺾으려는 술책이니 절대로 동요하면 안된다.”

그러나 동요하지 말라고 해서 동요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엄연히 목이 달아난 두상들을 보던 군관들이 하나같이 사기와 투지가 꺾였다.

관군 연합군은 조직이 체계적이지 못해 오합지졸이고, 이괄 부대는 대오가 잘 갖춰져 강군이었다. 이제는 백성들까지 반군에 가세하니 대세는 기운 듯이 보였다. 여기에 김극전 김극명 형제와 이욱 등 응원부대가 그들에게 합류했다.

이괄의 내통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변명 한 번 못하고 참수형을 당할 때, 김극전, 김극명 형제와 이욱 등은 처형 직전 내통자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감옥문을 부수고 탈출했다. 기자헌 이시언 윤수겸 등이 체포되어 처형된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이들은 매일 계속되는 처형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옥을 초병을 구워삶아 탈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욱은 죽은 이시언의 아들이었다.

탈출자들까지 가세하니 이괄 군의 사기는 치솟았다. 이럴수록 이괄의 멱을 따야 하는데 그의 처소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괄은 철저히 행방을 감추고 다녔다. 그때 척후병이 막영지로 달려왔다.

“장군, 이괄의 처소를 알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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