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광주, ‘안녕에 대하여’
임성화(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당신은 어떤 단어를 하루 중 가장 많이 사용하나요?

“사랑해”, “고마워”, “덕분이야”, “행복해” 라면 더 좋겠지만, 아마도 대다수의 시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바로 ‘안녕’일 것이다. 너무 많이 이 단어를 사용해, 때론, 아무 감흥 없는 가볍고도 가벼운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루새 생사를 오락가락하는 누군가나 예측할 수 없는 사건?사고가 많은 요즘, 그 ‘안녕’ 그 의미는 사실 결코 가볍지 않다.

문득, 대한민국은 안녕한가?, 광주는 안녕한가? 우리지역 청소년들은 안녕한가?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한 상태를 안녕으로 정의한다면, 대한민국과 광주, 우리 청소년들은 현재 안녕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2019년 8월부터 대한민국의 법무부 장관 후보로 조국 전 민정수석이 지명되면서부터 쏟아지기 시작된 수많은 언론보도와 이를 둘러싼 해명과 검증 싸움이 장관 임명 이후인 10월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대한민국은 계속해서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 불편하게 싸우고 있다. ‘검찰개혁과 조국수호’를 외치는 ‘서초동 촛불’ 진영과 ‘문재인하야, 조국사퇴’을 주장하는 광화문 집회’ 진영이 그것이다.

‘서초동 촛불’은 법무부 장관 조국 검증 과정에서 나온 도덕성과 사회적 박탈감의 문제는 장관 임명의 자격에 치명적 결격사유가 아닐뿐더러 조국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며, 현재의 갈등이 조국으로 압축되는 권력기관의 개혁에 대한 집단적 저항이 도덕성과 사회적 박탈감을 외피로 쓰고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광화문 집회’는 조국 법무부장관의 딸과 관련된 의혹, 사모펀드의 소유주 관련 의혹 등은 법무부 수장으로서 흠결이 분명하므로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 진영간 대립이 팽팽하다.

광주는 안녕한가?

1905년 선교사님에 의해 설립되어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광주기독병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일한만큼 받겠다는 노동자의 입장과 재정상의 이유로 이를 거부한 병원 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40일 가까이 되는 최장기 파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최근 병원에서 ‘직장 폐쇄’를 단행한 상태이다.

광주지역 청소년의 안녕은?

2018년 10~11월 광주지역 청소년 2,2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한국청소년인권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광주 청소년의 안녕감’을 묻는 질문에서 삶의 만족도는 6.37점, 정신적 건강 6.73점, 주관적 행복감 6.75점, 신체적 건강 6.76점, 주관적 사랑지각 7.35점으로 10점 만점에 평균 7점이 안되는 6점대로 나타났다.

또 ‘학교중단을 고려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무려 응답자의 43.2%가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최근 1년 사이 가출 충동’을 묻는 질문에서는 36.4%가 느끼고 있거나 느낀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청소년들을 상담하는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가 약간 듣기 민망한 말이 있다. “답답할 때 울면 3류고, 견디는 사람이 2류, 웃는 사람이 진짜 1류 인생이다”가 그것이다. 물론 ‘인고 끝에 그 열매가 있다’라는 그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상담센터를 찾는 수많은 청소년들의 경우, 고민을 무작정 참고, 견뎌서 더 상황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오히려, 울며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솔직한 청소년과 부모의 경우, 회복 탄력성도 높고, 건강하며,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무척 많다.

안녕하지 않는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현재의 광주, 내일의 광주가 될 청소년,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울었으면 좋겠다”. 국민 대통합과 안정, 성장이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묵인이나 관망 또는 견딤이 아니라,

건강한 참여와 진정성 있는 울음이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 때 비로소 ‘포장된 안녕’이 아니라 ‘진짜 안녕’이 우리에게 찾아와 인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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