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20> 진도 박상휴 진도휴팜 대표

재배부터 가공·판매까지…6차 산업의 ‘선두주자’

하수오 전통 된장·고추장·간장·울금 등 식품 생산

형의 일손 돕고파…유통업자에서 하수오 된장꾼으로

귀농 3년차만에 된장·간장 제조방법 ‘특허’ 취득

“끊임없이 농업 이론·실전 지식 공부하는 열정 필요”
 

지난 2016년 해창길로 귀농한 박상휴 사단법인 진도휴팜 대표는 하수오와 벼, 콩 농사를 지으면서 귀농 3년 차 만에 진도군 대표 귀농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남 진도군 진도읍 해창길에 가면 구수한 된장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길게 늘어진 하수오밭 한 편에는 자갈을 디딤돌 삼아 뭉뚝한 모양의 항아리 30여 개가 놓여져 다. 항아리 속에는 봄 내음을 가득 담은 연한 고동색의 하수오 된장과 진도 앞바다 내음을 담은 검은색의 간장이 담겨 있다.

지난 2016년 해창길로 귀농한 박상휴(48) 사단법인 진도휴팜 대표는 경기도 안산에서 유통업자와 자영업자로 일하던 중, 고향 진도에서 거주하는 형의 건강 악화로 귀농을 단행했다. 귀농 초기 전무했던 농업 지식을 쌓기 위해 꾸준히 농업기술센터 영농교육에 참여했다. 지역 농산물 축제에 열릴 때마다 홍보부스를 열고 본인이 직접 생산한 전통 장류를 홍보하는 등 발품을 팔아가며 판매망을 구축해나갔다. 현재는 농지 3만3천600㎡(1만164평)에서 하수오와 벼, 콩 농사를 지으면서 귀농 3년 차 만에 진도군 대표 귀농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상휴 사단법인 진도휴팜 대표가 생산하고 있는 재래식 간장.

◇형의 일손 돕고자

경기도 안산에서 대기업 유통업자로, 개인 자영업자로 선술집을 운영했던 박 대표가 대한민국 서남단 진도까지 내려와 귀농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지난 10년간 대형마트에서 물류를 담당하는 베테랑 유통업자였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싹싹한 청년’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승승장구했지만 다녔던 회사는 경기 불황으로 부도가 났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지난 2013년 선술집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고향에서 이장으로 활동하는 형의 건강이 악화했고 일손을 돕기 위해 지난 2016년 귀농을 하게 됐다.

귀농 초기 박 대표는 계절을 타지 않아 재배가 손쉽다는 두류를 농작물로 선택했다. 하지만 40여 년 동안 흙 한번 제대로 만져본 적이 없던 박 대표에게는 어려운 일이었고, 형의 조언대로 박 대표는 실전 교육보단 이론 위주의 교육을 이수하게 된다. 박 대표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를 시도했지만 농업이라는 것이 여간 쉬운 것이 아니였다”며 “당시 진도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했던 영농 교육에 꾸준히 참여하고 밤에는 주변 농가를 찾아가 전반적인 농업 지식을 습득한 결과 이 자리에 오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상휴 사단법인 진도휴팜 대표는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위해 ‘시간이 빚어낸 건강한 약속’이라는 본인만의 신념을 세우고 연일 식품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진은 박 대표가 생산하는 하수오 된장.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농업 지식이 궤도에 오르자 박 대표는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위해 ‘시간이 빚어낸 건강한 약속’이라는 본인만의 신념을 세우고 보약보다 몸에 좋은 농작물을 생산하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과 지난 2017년 진도군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을 이수한 뒤 귀농 3년 차만에 된장과 간장 제조법 특허를 받았다. 이듬해는 생산한 농작물을 가공할 시설도 구축했고 판매망을 넓혀갈 온라인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박 대표는 “농사짓고 재배하고 가공하고 판매까지 하는 것이 ‘진짜 귀농인의 삶’이다”며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재배법과 가공법을 선행 연구한 뒤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 식품을 판매하는 6차 산업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다”고 역설했다.
 

박상휴 사단법인 진도휴팜 대표는 밤낮으로 본인만의 제조법을 연구한 결과 지난 2017년 간장, 된장 제조법 특허를 받았다.

◇지역사회 공헌은 바로 내가

박 대표는 귀농 초기 시절 전무했던 농업 지식과 연이은 수확 실패로 수입이 없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진도군 귀농인연합회원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금에서야 박 대표는 ‘결초보은’의 자세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귀농인연합회 사무실을 건립해 다른 지역에서 온 청년을 대상으로 귀농체험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한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구기자를 재료 삼아 가공 된장을 전국 최초로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꿈도 꾸고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표는 본인이 직접 개발한 된장의 제조법과 상세정보 등을 게시할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밴드 등 SNS도 함께 운영해 판로를 확대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농부는 단순 생산과 재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공에 판매까지 해야 한다”며 “귀농인들에게는 다소 어렵겠지만 발품을 팔아 거래처와 판로를 늘리는 것이 곧 돈을 버는 지름길이다”고 강조했다.
 

박상휴 사단법인 진도휴팜 대표는 ‘귀농도 이제는 생산부터 재배, 가공, 판매까지 관여하는 6차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박 대표가 생산한 메주.

◇“적극적인 태도로 농업에 임할 것”

박 대표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지역에 스며드는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성공적인 정착의 지름길이라고 귀띔했다. 박 대표는 “지역에 상관없이 지역 어르신들은 귀농한 젊은이라면 색안경을 끼고 본다”며 “지역 연합회 등에서 청년 농업인으로 활동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먼저 다가가 꼭 인사하라”고 말했다. 이어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품앗이 같이 받은 만큼 꼭 되돌려주는 습관을 길러 그들과 많은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귀농을 단순 농업이라 여기지 말고 또 다른 사업 수단이라고 생각해 연 단위로 계획을 세우라고 역설했다. 박 대표는 “월마다 년마다 사업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확장할 것인지, 고정 수입을 어느 시설에 투자해 어떤 작물에 도전할 것인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며 “홀로서기가 어렵다면 지역 농업기술센터의 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해 선배 귀농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큰 틀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다방면으로 농업 관련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농한기나 겨울에 쉬지 말고 본인만의 재배 방식을 연구하거나 관련 서적을 읽으며 이론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며 “일단 귀농한 이상 밥이 되든 죽이 되든 전력투구해 그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일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영상·사진/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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