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을 가진 한 사람의 힘
이민철(광주마당 이사장)

10월 6일은 세월호 참사 2,000일이었다. 진상규명을 집요하게 방해하던 박근혜만 물러나면 모든 게 밝혀질 거란 기대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더 컸다. 어떤 이유에서건 문재인 정부 2년 반이 흐르도록 마냥 진실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처지가 참담하다.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가장 문제의식을 느낀 행동은 진정성 없는 퍼포먼스였다. 정치와 정부는 물론이고, 사회의 공기라 말하는 언론도 심각하게 오염되었고, 사회의 마지막 보루라 생각하는 시민운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안에 사는 내 마음과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두 사람의 행동에서 큰 영감을 받고 있다. 한 사람은 설악산 케이블카가 백지화되는 데 지극한 정성을 다한 박그림이고, 또 한 사람은 전 세계의 기후행동에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다. 박그림은 설악산과 멸종위기종인 산양들과 한 운명이 되어 살았다. 그의 삶과 실천은 분리되지 않았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이 돈과 권력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지극한 마음으로 뛰어드는 사람에 의해 해결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느 때보다 현장에서 문제에 직면해 살아가고 있는 활동가들이 귀하게 다가온다.

전 세계 10대들이 기후 파업, 멸종 위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구가 무너지고 있는데 가만히 학교나 다니란 말인가? 있을 지도 모를 미래를 위해 공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기성세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 묻고 있다. 10대들의 학교 파업을 시작한 사람은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16)다. 그녀는 2018년 8월부터 매주 금요일, 학교를 가지 않고 국회 의사당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녀의 최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을 듣고 또 들었다. ‘여러분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고, 긴급함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슬프고 화가 난다해도,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정말로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행동하지 않고 있는 거라면, 여러분은 악마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줄이고, 화석 연료의 소비를 최소로 줄이고, 나무를 심고,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향으로 생활과 국가 정책을 바꿔야 하는데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걸 보면 그녀의 말대로 대부분 지금의 위기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레타 툰베리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을 위해 친환경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엄청난 배기가스를 내뿜는 비행기를 타고 기후 행동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지구를 이렇게 만든 소비주의를 거부해서 더 이상 옷을 사 입지 않는다고도 했다. 생각이 행동이 되고, 생활이 되면 그렇지 않은 세계에 흡수되지 않고 변화를 만들고 저항을 일으키게 된다. 생활이 바뀐다는 것은 마음이 곧게 선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 마무리에서 그 자리에 함께 한 여러 나라의 정상, 정치가들, 이른바 지도자들을 향해 경고한다. 사실상 기성세대 전체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여러분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 바로 지금까지입니다. 더 이상은 참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깨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도 행동하기 이전엔 우울과 절망 안에 있었다. 거대한 위기 앞에 개인은 무기력했고,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10대 소녀는 더 무기력했다. 하지만 국회의사당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면서 점차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생각만 하고 있으면 절망과 우울에 빠지지만, 행동을 시작하면 친구와 희망을 만나게 된다고 증언한다. 세월호 참사때도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 사람이 진심으로 일어서면 우주가 함께 일어난다는 말은 초연결사회로 갈수록 확연한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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