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비오 신부와 함께 헬기사격 목격했다”

7일 전두환 재판에서 천주교 평신도 주장

계엄군 헬기로프 타고 시민군에 발포 증언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7일 광주지법에서 진행된 가운데 이날 재판에서는 1980년 5월 당시 고(故) 조비오 신부와 같은 장소에서 함께 헬기 사격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진 천주교 평신도가 처음 증인 신분으로 법정 증언대에 섰다.

이날 오후 2시 형사 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는 총 3명의 증인이 법정에 나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기총 사격에 대한 증언을 이어갔다.

1980년 5월 21일 당시 호남동 성당 사도회 총무일을 했다는 이모씨는 “이날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광주공원 앞 불로동 다리와 서석교 다리 사이에서 ‘따따닥~’ 하는 총 소리가 났고, 조비오 신부님이 ‘이쪽으로 와보소. 헬기에서 총을 쏘고 있네’ 하는 말을 들었다”며 “신부님 말을 듣고 소리 나는 쪽으로 순간 돌아보니 정말 헬기 앞쪽에서 총소리가 났고 번쩍이는 빛도 봤다”고 증언했다.

이어 “헬기가 정지상태서 총 2차례에 걸쳐 총을 쐈고, 이후 빠른 속도로 도청 쪽으로 날아갔다”며 “두렵고 무서운 나머지 헬기 안에서 누가 총을 쐈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계엄군이 헬기 로프를 타고 내려와 시민군을 향해 총으로 공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도청 외곽 경비를 맡고 있었다는 김모씨는 “1980년 5월 27일 새벽 4시께 조선대 방향에서 헬기 한 대가 날아오더니 군인이 헬기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도청 건물 진입을 시도하던 중 갑자기 공중에서 총을 쐈다. 내 옆에 있던 친구가 총을 맞고 쓰러졌고, 무서운 마음에 곧바로 땅에 엎드렸다”며 “당시 상황이 긴박해 발사된 총이 헬기에서 쏜 것인지 군인이 쏜 것이지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공중에서 공격이 이뤄진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5·18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씨의 증언은 더욱 구체적이었다.

박씨는 “시민을 향한 계엄군의 공격은 광주역을 중심으로 이미 5월 20일 전후로 발생했다”며 “무자비한 계엄군 및 공수부대 공격에 광주시민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당시 아시아자동차에서 장갑차 4대·버스 등 56대를 가져와 계엄군과 대치하는데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1980년 5월 26일께 계엄군의 도청 재진입 소식을 듣고 전일빌딩 등 도청 주변 건물들에 시민군들을 경계 배치했다. 다음 날인 27일 새벽 4시께 전일빌딩 주변으로 ‘드르륵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헬기에서 총을 쏘는 것을 목격했다. 붉은 빛도 봤다”며 “10분 뒤 계엄군이 도청을 향해 공격을 했다. 대치 과정에서 2명의 계엄군을 봤지만 차마 총을 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2017년 4월에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에게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 3일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 재판은 내달 1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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