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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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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은 왜 이 시대의 화두가 됐나

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박준일
바둑을 두고 나면 복기(復棋)를 한다. 복기는 어느 수가 좋았고 어느 수에서 바둑알을 잘못 놨는지를 확인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고수의 복기일수록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면서 출발한다. 바둑으로 말하면 ‘윤석열 호(號)’ 검찰은 지금 복기가 필요한 단계가 아닌가 싶다.

대중들의 민심이 극단으로 나뉘어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공휴일만 되면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초동 대검찰청사 앞에서는 보수세력의 ‘조국사퇴, 문재인 퇴진’과 진보세력의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린다. 대규모 집회 인원을 두고 민주당이 “200만 명은 모였다”고 하자 한국당에서는 “우리는 오늘 2000만 명은 왔겠다”며 세 대결을 부추긴다. 서로 상대편을 향해 동원 데모, 관제 데모라고 깎아내린다. 온 나라를 소용돌이치고 있는 조국사태를 지켜보면서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다.

두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내 세운 조국 장관을 후보자로 임명했을 때 언론과 야당에서는 매일같이 조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온갖 의혹을 봇물 터지듯 쏟아냈다.

이 무렵 검찰이 전격적이고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많은 대중은 제대로 된 수사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도 박수를 보냈다. 특히 여러 의혹 중에서도 조 장관의 딸이 스펙으로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사실에 젊은 세대들의 상실감과 분노는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찰은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를 한밤중 기소하기에 이르고 다음 날 대통령은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40%대 초반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민심은 요동쳤다. 바둑의 수로 보면 여기까지는 검찰이 대국을 이끌고 가기 위한 밑그림을 그런대로 그린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내친김에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나서게 된다. 짜장면까지 시켜 먹어가며 11시간 동안이나 압색을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은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현직 장관도 검찰의 칼날에 저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데 배경도 없고 돈도 없는 서민들은 오죽하겠는가 하는 반감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도 압수수색 영장이 46건 나온 데 반해 이번 조 장관 가족 관련 압수수색은 무려 70건에 이르면서 수사권 남용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것이다.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항변 하지만 수사 신뢰에 대한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사소한 것 같지만 사소하지 않다. 촛불은 들불처럼 번졌다. 왜 검찰개혁이 필요하가를 웅변으로 증명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예기치 않은 자충수다. 조국사태로 촉발된 검찰개혁이 돌이킬 수 없는 대의가 되었다. 범국민적인 서초동 촛불집회로까지 번진 검찰개혁의 화두를 보면서 한때 박수를 받던 검찰이 철저하게 개혁의 대상이 된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 방안의 조속한 마련을 지시했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직후 불거진 논두렁 시계 사건을 언급하며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피의사실을 흘린 망신주기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의 뿌리 깊은 관행인 피의사실 공표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던가. 피의자로 내몰린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한순간에 이 사회에서 격리되고 낙인찍히게 되는 끔찍함에 몸서리친다.

그러나 검찰의 그 관행은 고쳐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검사와 수사관 등 50여 명의 검찰 인력이 투입되면서 조 장관과 그 가족 관련 수사내용은 매일같이 헤드라인 뉴스를 장식한다.

국정농단, 국기문란 사범도 아니고 온 나라를 이렇게까지 시끄럽게 끌고 갈 사안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조만간 조 장관과 그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와 자녀입시, 웅동학원과 관련된 의혹들은 검찰수사를 통해 진실이 가려질 일이다.

그런데도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도발과 북미 간 핵 담판 결렬, 태풍피해, 사상 최악의 민생경제 등 온갖 이슈들이 조국 블랙홀에 빨려들면서 국정을 마비시키다시피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검찰개혁에 달린 것처럼 청와대는 물론 여권 전체가 나서는 모양새다. 무소불위의 검찰에 대한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가 투영된 것이다.

여권의 압박과 여론이 등을 돌리자 검찰은 3개 청을 제외한 특수부 전면폐지와 26년간 관행으로 자리 잡아 온 공개소환 폐지 등의 셀프 개혁 안을 내놨다. 또 검찰권 행사의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에 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 의견을 수렴해 인권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중은 윤석열호 검찰이 수사권 조정과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보다 구체적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대중들의 검찰개혁 집회는 그 의구심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바둑의 수로 보면 검찰이 놓은 돌은 몇 군데에서 악수(惡手)를 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둑은 돌을 던지기 전까지는 대국이 끝난 것은 아니다. 어떤 반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중의 입장에서 이번 기회에 검찰개혁은 시대적 사명이라는데 이론이 없을 듯하다. 검찰은 복기를 통해서 아직도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승부를 가를 기회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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