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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37)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37)

제4부 풍운의 길 2장 이괄의 난(437)

이괄의 처소를 습격하러 갔던 좌협장 유효걸과 그의 종 산수도 반군에 포위되었으나 산수는 칼을 맞아 죽고, 유효걸은 편장(偏將:대장을 지원하는 한 방면의 장수) 강열의 지원으로 간신히 죽음을 면하여 정충신 전부대장 본진에 합류했다. 그 사이 우로(右路)의 전투에서 관군 30명이 전사하고, 30명이 생포되었다.

“우리가 치러간 것을 알자 이괄 이놈이 더욱 날뛰었소. 우리의 전술을 안 이상 자리를 피해야 할 것이오.”

유효걸이 말했다.

“연백평야와 개성 사이로 이동한다. 그곳에 이미 군대를 파견했으니 방어전선은 완벽하다. 그렇지만 그 자의 생포작전은 병행한다. 여하히 괴롭히고 전선을 교란시켜 남하를 일각이라도 더 저지시켜야 한다.”

정충신은 병력 재배치를 한 다음 이동을 명했다.

얼어붙은 벌판에 햇살이 쏟아졌지만 매서운 바람이 산야를 휩쓸고 지나가 병사들은 추위에 떨었다.

저쪽 야트막한 야산 너머에서 두둥둥 전고(戰鼓)가 울리고, 요란한 나팔소리와 피리소리, 꽹과리 소리가 들리더니 수 천의 반군이 함성을 지르며 야산을 타고 넘어왔다. 그 군사가 흡사 개미떼와 같았다. 그들은 소리없이 진을 치고 있다가 기습을 노리고 있었다. 습격한다는 것이 오히려 역습을 당한 꼴이었다. 이는 분명 내부 간자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긴 아군과 반군은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한 솥밥 먹던 전우들이다. 사전에 주로(走路) 경로가 노출된 것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 정충신이 동서로 가로지른 하천 둔덕을 의지하고 궁진(弓陳)을 치도록 명하고, 뒤편에 포부대를 배치했다.

“포부대 발포하라!”

그런데 픽픽 불발탄이 날아가고 있었다. 그 사이 적진의 포가 날아와 아군 진영에 펑하고 터졌다. 이와 때를 같이해 적진의 한 귀퉁이에 있던 기마 군사 무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려 왔다. 무서운 위세였다. 대장이 선두에서 횡대로 겹겹이 따라오는 기마부대를 지휘하는데 돌진해오는 모습이 폭풍과도 같았다. 아군은 꼼짝없이 유린되었다. 남이흥 계원장(繼援將)이 뛰어들어와 외쳤다.

“전부대장! 돌격은 돌격으로 맞서야 하오이다. 이대로 당할 수 없소이다. 돌격하라! 돌격하라!”

그러나 돌격 대신 도망치는 놈이 나왔다. 얼어붙은 냇가를 타고 도망가는데, 정충신이 말을 타고 달려가 이들 중 한 놈의 목을 베었다. 그렇잖아도 내부자 간자 때문에 몹시 빈정이 상해있는 판이었다. 본떼를 보여주어야 했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하는데, 이것이 무슨 수작인가. 저지하라. 반군에게 쫓기는 자는 만고의 역적이다.”

도망병의 목을 베었다. 그리고 군사 대오를 갖춰 방벽을 쳤다. 그러나 들판에 꽹과리 소리와 피리소리와 함께 기세를 올린 난군의 위세에 관군은 전의를 잃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도망가는 관군을 보고 이괄은 동이째 술을 마셨다. 사기가 오른 군사들에게 소와 돼지를 잡아 질퍽하게 먹였다.

“정충신 이놈이 내 목을 따겠다고 하더니 그가 당하는구나. 우리의 정탐병이 먼저 첩보를 안 것도 모르고 밀병을 보내다니, 웃기는 놈이군, 하하하.”

그는 자신의 기마부대가 관군의 한 축을 부숴버린 것에 대해 대단히 만족하고 있었다. 돌아보니 연전연승이었다. 그만큼 한양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리의 의군 앞에 관군 오합지졸은 째비가 안된다. 오늘은 마음껏 먹어라.”

군사들이 닭다리와 삶은 돼지 덩어리를 허공에 쳐들어 올리며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라고 하니 의군(義軍)이란 말은 누구라도 쓸 수가 있다. 내일 점심은 개성 동헌 뜰에서 먹게 될 것이다. 개성 부민(府民)들이 벌써 칙사를 보내왔다. 부민들이 우리를 환영하며 잔치를 베풀겠다고 한다. 경기감사 이서는 겁을 먹고 도망을 갔다는구나, 우하하하!”

또다시 함성이 일었다. 선동할수록 군사들은 승전에 취하여 바가지째 술을 마시고 아무곳에나 오줌을 싸고 희희덕거렸다. 이괄은 황주에서 장정과 촌로 백여명을 불러들여 쌀과 술을 한 지게씩 지워주어 미리 개성으로 진입시켰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쳤다.

“정충신도 우리에게 합류했다. 도망가던 관군들도 합류했다. 전세는 판가름났으니 새 세상에 새 임금이 등극할 것이다! 탐관오리들이 청산될 것이다. 태평세상이 올 것이다.”

이런 유언비어를 듣고 장만 도원수가 사람을 보내왔다. 정충신이 과연 짚신짝을 돌려 신었는지 확인차 온 것이었다. 이괄에게 투항했으면 분명 적이며, 연전연패한 데도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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