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정세영 정치부 기자>

“껍데기는 가라/4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 민족시인 신동엽은 자신의 대표시 ‘껍데기는 가라’를 통해 거짓과 허위를 부정하고 순수와 열정을 옹호했다.

내년 4월 열리는 제21대 총선이 180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을 대신해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감시·견제하는 일꾼을 4년만에 다시 선출하는 날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 대한 관심은 예전에 비해 시들한 게 사실이다. 전 국민의 시선이 조국 장관 임명 논란에 맞춰지면서 추석 밥상에도, 20대 마지막 국정감사 화두도 ‘기승전 조국’이다.

돌이켜보면 20대 국회는 조국 논란이 아니더라도 여야 간 난타전과 정쟁 덕분에 파행을 거듭해 왔다. 이 때문일까.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의안 2만2천479건 가운데 처리된 의안은 6천867건에 불과해 처리율은 30.5%에 그치고 있다.

광주전남 주요 현안의 법률 제·개정도 더디기만 하다. 5·18 관련 법안과 광주형일자리 법안 등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민생법안 통과와 서민경제 안정 등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서 20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이는 국민 모두가 다가오는 21대 총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총선 6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유권자들은 나의 한 표가 곧 내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부터라도 의정활동보고서, 국감 등을 통해 현역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면밀히 분석·평가해야 한다. 만약 금뱃지를 완장처럼 달고 다닌 정치인이 있다면 냉엄한 심판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정치신인들 가운데 열정과 정치철학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있다면 관심을 보여야 한다.

특히 호남 유권자에게 내년 총선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지역 인물이 없다”는 안타까운 읊조림이 여기저기 들려오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포스트 DJ’를 키워야하는 호남 정치 숙명을 떠안아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전략적 선택으로 묻지마식 투표를 감행했던 정치 역사는 뒤로 하고 지금부터는 ‘인물 검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지역구 주민과 국민만을 바라보고 일하는 ‘참일꾼’을 가려내야 한다.

김민식이 펴낸 ‘나무의 시간’에 이런 글귀가 있다. “나무는 풍경을 만든다. 나는 이 풍경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권자의 의식 있는 한 표가 키워 낸 나무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호남 정치의 미래를 가꾸는 건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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