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를 비우고 채우고 다시 비우고
광주시립미술관 분관 하정웅미술관 디아스포라 작가전
이영재 도예작가 초대…전통과 현대, 동서양 교감 축구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전승보)은 하정웅미술관 디아스포라작가전 ‘이영재_비우고 채우고 비우고’展이 16일부터 12월 8일까지 개최한다.

하정웅미술관 디아스포라작가전은 우리나라 출신으로 해외에 거주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를 초대해 그 성과를 조명하고, 예술을 통한 역사와 문화교류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특별전이다. 올해는 바우하우스 이념을 계승하고 있는 100년 전통의 마가레텐회에 공방 대표로서 동서양의 정서와 미감이 결합된 독창적 세계로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도예가 이영재를 초대한다.

마가레텐회에(Margaretenhohe) 공방은 독일 에센의 폐광한 탄광지역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졸퍼라인(Zollverein) 지역 내에 위치해 있다. 바우하우스 이념을 계승하는 100년 전통의 공방으로서 독일 내에서 그 역사와 전통을 높게 평가받는 곳이다.

이영재는 수도여자사범대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72년 당시 간호사였던 어머니와 함께 독일로 건너가 47년째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녀는 비스바덴미술대학에서 도예와 디자인을 전공(1973-1978), 1986년부터 에센의 유서 깊은 마가레텐회에 공방 대표직을 맡고 있다.

카셀대학교 도예과 연구 교수(1984~1987), 이화여대 조형학과 초빙 교수(2015)를 역임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미술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2006)를 수여받았다. 뮌헨 현대미술관(2006·2008), 보훔미술관, 폴크방 미술관(2019) 등 독일 주요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개최했다. 유럽 5대 화랑 중 하나인 칼스텐 그레브(Karsten Greve) 소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영재 도자예술의 기반은 소박함과 자연미가 특징인 한국의 미의식과 독일의 실용적 태도에서 체득한 간결하고 세련된 조형미이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검소와 근면,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오면서 길러진 강인한 정신력은 그녀의 예술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했다.

이번 전시는 전시장 바닥을 가득 메워 설치된 287개의 사발과 접시, ‘1+1=1’이라는 독특한 조형성에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방추 항아리’, 작가가 만나온 인연을 기록하듯 제작한 ‘꽃병’ 시리즈 등 330여 점의 방대한 규모로 구성됐다. 전시장 바닥에 겸손하게 놓인 사발 287개는 하나의 덩어리지만 언제든지 그 개수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열린 형태이다. 한 도예가의 동일한 제작방식에도 불구하고 신체작용과 대기와 가마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늘 새로운 도자기가 탄생한다. 비슷하지만 다양한 자기의 형태와 미묘한 색감 차이는 연속성 내 유일성의 의미를 확인하게 한다.

두 개의 사발을 대칭적으로 이어붙인 ‘방추 항아리’는 이영재의 대표작으로 이 작품은 분명한 이음새의 직선과 사발의 곡선이 만들어낸 절묘한 긴장감이 특색이다. ‘1+1=1’로 해석되는 이영재의 ‘방추 항아리’에는 분단국가인 조국의 통일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전승보 관장은 “이영재 작가는 한국 도자기의 전통과 일상 속에 살아 숨 쉬는 예술을 지향한 독일 바우하우스의 이념을 접목시켜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이영재의 작품을 통해 전통과 현대, 동서양의 정신적 교감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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