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봉 전남 여수시장의 남도일보 자치단체장 칼럼
사람을 잇는 섬들의 향연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권오봉 (전남 여수시장)

권오봉 여수시장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오래전에 발표된 정현종 시인의‘섬’이라는 시다. 단 두 줄의 이 시가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은 요즘 워라벨이 중시되는 현대인의 삶속에서 섬이 퀘렌시아라는 새로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과거 단절과 고립, 고독의 상징이었던 섬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그 ‘무엇’으로 새롭게 재조명되면서 변화된 섬의 미래 가치와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대한민국에는 3,3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다. 그중 전라남도에만 전국의 65%가 넘는 2천200여 개 섬이 있다. 특히 우리 여수에는 시민들의 일 년을 상징하듯 365개의 유·무인도가 있다. 거문도, 백도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섬도 있지만 두력도, 오란도, 치도처럼 이름만 들어서는 위치가 어디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무인 섬도 많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해양문화와 생태환경의 보고인 섬의 무한한 가능성과 중요성을 인식하여 정부에서도 지난 1988년부터 10개년 계획인 ‘도서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여 섬 주민 정주여건 개선과 소득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해왔다. 이와 함께 현재는 드론택배, 원격의료 등 섬을 4차 혁명의 테스트베드로 육성하기 위해 기초현황 등 조사를 통해 빅데이터도 구축하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섬의 가치를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행정안전부에서는 매년 8월 8일을‘대한민국 섬의 날’로 지정한 후 올해는 섬의 날 첫 기념행사를 목포 삼학도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전국 103개의 섬 주민 3천여 명, 해양관계자들이 모여 성대하게 개최하였다.

우리 시는 일찌감치 민선7기의 시작과 함께 여수세계섬박람회 개최를 선언하고, 섬 박람회를 향한 첫걸음을 뗐다. 2026년 11개 연륙·연도교가 개통되는 시기에 맞추어 세계박람회장과 도서 일원에서 한달간 내외국인 210만 명이 참여하는 섬 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최근 섬 박람회 기본계획 수립과 국제행사 승인경험이 풍부한 우수연구용역 업체를 선정하여 섬 박람회 개최를 위한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1월까지 기초조사와 자료수집, 섬 생태와 문화 탐방, 자문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섬 박람회 기본 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2020년 상반기 중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하반기에는 전라남도와 행정안전부에 국제행사 개최를 협의할 방침이다. 2021년 상반기에는 기획재정부에 국제행사 승인을 신청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섬을 보유한 국가들이 섬의 가치와 잠재력을 발굴하고, 공유 확산하는 자리가 되도록 섬 문화 및 생태 투어, 연륙?연도교 투어, 국제학술대회, 섬 역사박물관 관람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할 계획이다.

최근 전라남도에서도 2028년 섬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한 밑그림을 마련했다. 이미 확정된 2025년 일본 오사카 BIE 등록 박람회와 국가계획으로 확정된 2030부산세계박람회 사이에 인정엑스포로 유치해서 열악한 섬 관광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국민적 인식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돌이켜보면,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유치하고 개최하기까지 17년의 준비과정이 있었다. 계획대로 2028년 섬엑스포가 인정박람회로 유치된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하고 있는 도내 섬 발전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국가계획으로 확정된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등록)와 전남도가 계획하고 있는 2028년 섬엑스포(인정)에 대해 BIE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 국가에 연이은 인정, 등록박람회를 승인해 줄 것인지와 자칫 광역 지자체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여수는 중소도시로서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저력과 선진 시민의식,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시민 대상 설문조사에도 82%가 2026년 섬 박람회 개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세계박람회 성공개최를 위해 힘을 모았던 남해안 남중권 10개 시군민들이 함께 모여 2022년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유치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2023년 여수개항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만클럽 연차총회 유치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26년 세계섬박람회를 반드시 개최하여 박람회 사후활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남중권 도시들의 공동 번영의 기회로 삼겠다.

남해안 남중권 도시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시민사회의 힘과 역량을 키우고, 대내·외적으로 개최의 당위성을 높여나간다면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는 반드시 성공하리라 확신한다. 무한대의 잠재력을 지닌 보석 같은 섬들이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를 통해 저마다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여망과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한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