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식 상무의 남도 섬 이야기
힐링의 섬 증도, 그리고 화도(花島)
 

청잣빛 하늘아래 한없는 ‘여유로움’
증도, 한국서 가봐야할 관광명소 2위
'짱둥어다리' 옆 자전거 조형물 눈길
5코스 모실길 따라 트레킹 동호인 행렬
화도, 농게·칠게 등 갯벌 '생명 에너지'

엘도라도 리조트의 이국적인 풍광에 반해서 철부선을 타고 건넜던 때가 있었다. 밤이면 별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은 섬, 바람과 파도와 소금과 함초의 섬. 지난 2007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지정으로 유명세를 탄 전남 신안군 ‘증도’.

섬을 ‘자연이 만든 요새’라고도 한다. 발길 닿지 않은 순수함이 있기 때문이다. 연육교가 개통되면 달라진다. 42.7km의 증도 모실길도 생겼다. 그래서 평소엔 바다를 보기 어려운 사람들, 중증 장애우들과 함께 가을 나들이를 떠났다. 구름 한 점 없는 청잣빛 하늘 아래 대추열매 붉게 가을이 물들고 있다.
 

▶갯벌, 소금, 파도소리와 해송길

광주에서 1시간 30여분. 황토 빛 무안해제와 민어와 병어의 고장 신안 지도를 지나 송도교와 지도대교를 건넌다. 황금들판 사옥도를 만나고 그 끝자락에서 2010년 개통된 증도대교에 접어든다. 증도! 매번 느끼는 것은 한없이 여유로움, 평화로움이다.

지금은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30선’에 선정될 만큼 자전거 길도 생겨 멋스런 복장의 동호인 행렬도 눈에 띈다.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의 길(10Km). 보물선 순교자 발자취길(7km) 천년의 숲길(4.6km), 갯벌 공원길(10.3km), 천일염길(10.8km) 등 5코스의 ‘증도 모실길’도 조성해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도 모으고 있다.
 

갯벌보호지역, 생물권 보존지역,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슬로시티 등으로 표현되듯 청정지역으로서 서울, 경기, 대구 등 전국 각 지방 번호판을 단 버스를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꼭 가 봐야할 관광명소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짱둥어다리를 건너면 커다란 표지석이 있다. 1위가 홍도요, 3위가 문경새재, 4위가 서울타워라고 하니, 명소인 것은 분명하다. 증도는 1004의 섬이라는 신안에서도 가장 많은 섬들이 모여 있다. 유인도가 8개, 무인도가 91개 등 100여개의 부속섬을 거느리고 있다.
 

▶갯벌에 핀 ‘화도’ 가는 길

증도의 부속섬이랄까? 아기섬이라 해야 할까? 옥황상제의 딸 선화공주(백제 30대 무왕의 왕비)가 이곳에 살면서 삭막한 바위섬에 꽃을 가꾸어 만발했다는 전설 속의 화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조그만 마을 안쪽에 ‘고맙습니다’ 라는 드라마 촬영지로 쓰였던 오두막 한켠과 집 뒷켠에는 꽃들이 만개해 있다. 오전 썰물 시간, 화도가는 1.2km 노두길과 양옆 끝없이 펼쳐진 갯벌이 가슴을 들어내고 있다.

오후에 밀물이면 노두길과 갯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물속에 잠기고 화도는 고립된 섬이 되겠다. 신비의 바닷길! 화도 가는 노두길을 걷는다.
 

뽀송뽀송 들어난 넓은 갯벌에서 그림을 그리듯 서로를 ㅤ쫓아 다니며 뛰노는 짱둥어들과 엉금거리며 힘자랑하듯 돌아다니는 농게·칠게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앙증맞다. 갯벌을 타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상쾌함을 더한다. 제각각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갯벌이다. 생명을 품은 갯벌바람이 지친 마음을 다독여 준다. 생명에너지 가득한 자연 곁에 잠깐 머물고 스쳐 지나가지만 그 찰나의 시간조차 전율이 느껴진다.

노두길 끝자락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화도 펜션’도 멋스럽고, 지나는 가객들의 휴식을 위해 반겨주는 정자가 정겹다. 마을 초입 한켠의 ‘20kg 1만원, 천일염 무인판매대’까지 애처럽기 보단 사랑스럽다. 노두길은 단순히 마을과 마을을 잇는 소통의 공간뿐만 아니라 느림의 미학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이 되고 있었다.

▶우전해변길과 천년의 숲

증도의 랜드마크 ‘짱둥어다리’ 입구엔 짱둥어 조형물과 함께 예전엔 없던 예쁜 자전거 조형물이 있다. 다리를 뒷 배경 삼아 인증샷이 딱 좋다. 472m의 짱뚱어 다리 밑은 짱뚱어, 농게 칠게 등 갯벌 생태계를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지금은 물이 들어와 시커먼 갯물만이 어질어질 촐랑거린다. 다리 중간 아치형 공간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은 중간에서 되돌아가고, 다리를 건너 우전해수욕장과 해송 숲길로 들어섰다.

오늘 따라 우전해변의 파도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만조시간이기도 했지만 멀리 일본으로 향한 19호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 강렬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모래해변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이끌려 해변가를 걷는 이에겐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이다. 솔잎과 솔방울을 밟는 소리와 함께 천년의 숲길을 사색하며 걷는 이들에게도 숲길 너머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장단을 맞추는 듯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한반도 모양의 증도 해송숲. 2009년 아름다운 ‘천년의 숲’으로 지정됐다. 한국전쟁 이후 해풍과 모래로부터 해안지역을 보호하고자 조성한 방풍림이자 방조 해안림이다. 우전해변을 따라 조성된 3km의 해송숲길을 걷다 잠깐 머물며 곳곳에 설치된 시비(詩碑)의 싯구를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늘 푸르게 살라한다/수평선을 바라보며/내굽은 마음을 곧게/흰 모래를 밟으며/내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바위를 바라보며/내 약한 마음을 든든하게/그리고/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갈매기처럼 춤추는 마음/늘 기쁘게 살라한다』<이해인의 바다일기>

숲이 끝나는 지점 엘도라드 리조트 초입의 갯벌센터는 국내 최대 갯벌 생태 교육장이다. 갯벌의 역할과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소중한 공간이다. 갯벌센터 한켠에 수석전시관에서는 증도출신 수집가가 기증한 680여점의 변화무쌍한 수석들을 감상해 볼 수 있다.
 

▶눈을 감고 바람소리를 듣다

증도하면 보물섬이다. 2만8천여 점의 신안해저 유물발굴 작업이 바로 증도 앞바다에서 이뤄졌다. 그 유물들이야 목포기념관에 가야 보겠지만 보물섬임을 알리는 기념비만은 당당한 모습이다. 증도하면 소금이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을 정착시키기 위해 갯벌을 조성해 만들었다는 국내 최대 크기의 태평염전과 당시 소금창고였던 곳을 조성해 만든 소금박물관도 또다른 볼거리요 교육장소다. 생존에 필요한 소금을 찾아 이동한 고대 포유류인 맘모스의 거대한 조형물도 눈길을 끈다.

태평염전 식물원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우리나라 유일의 염생식물원이다. 코스모스가 한창이고, 갈대와 붉은 함초, 푸른 색의 갯벌식물들이 어우러진 환상의 길이다. 짧은 거리의 ‘생태 천국길’이지만 천천히 걷다 보면 또 다른 사색에 잠기기엔 충분한 거리다. ‘눈을 감고 천사의 바람소리를 들어본다’ 생태천국 염생식물원은 힐링하는 공간이다.

한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는 조그만 섬, 어떤 길을 걷든 서서히 걷다 보면 힐링이 되는 곳, 그곳이 ‘증도’다. ‘증도’는 생명에너지 가득한 천사의 섬이다. <사진제공 남도섬사랑 김해수, 진유화>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