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12월 26일자 ‘180명 체포’ 등 3차례

광주학생독립운동 발발 당시 '뉴욕타임스' 보도
1929년 12월 26일자 ‘180명 체포’ 등 3차례
김재기 전남대 교수, 뉴욕 공공도서관서 발굴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뉴욕타임스가 광주학생독립운동 발발 당시 관련 기사를 3차례나 보도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김재기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29년 12월 26일 자 ‘도쿄 경찰 한국 학생 180명 체포’ 등 뉴욕타임스 기사 3건을 17일 공개했다. 김 교수가 7월 미국 맨해튼에 있는 뉴욕 공공도서관에서 발굴했다.

12월 26일자 첫 기사는 “한국에서 발생한 학생 시위는 공산주의 경향의 비밀결사가 주도한 정치적 사건으로, 1929년 12월 9일 900여명의 학생이 체포됐다”며 “한국의 6개 지방 40여개 학교에서 시위가 일어났고 조선총독부에 의해 모든 사건이 종료됐다”고 보도했다.
 

이틀 후인 12월 28일 자에서는 “도쿄 경찰은 한국 유학생과 노동자 100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공산주의 사상을 가진 한국인들로 구성된 도쿄에 있는 대학의 비밀단체”라고 언급했다.

세번째 기사는 1930년 2월 4일 자로 “몇 주 동안 한국에서 광범위한 학생 시위가 보고됐지만, 시위는 격렬하지 않았으며 일본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조선총독부가 판단한 한국의 정치적 불안은 공산주의자가 중심이 돼 일으켰다. 많은 학생이 체포됐지만, 공산주의 영향을 받은 학생들은 소수였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학생독립운동을 축소·왜곡해 일부 소수 공산주의자가 일으킨 사소한 일로 취급하려는 일본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도쿄 주재 기자가 일본 정부에 의존한 간접취재를 하면서 드러낸 한계 탓에 광주나 서울에서의 대규모 시위를 현장감 있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독일 베를린에서 발행된 포시쉐 자이퉁(Vossische Zeitung)의 1930년 2월 23일 자 기사는 리차드 카츠 기자가 서울에서 직접 취재해 A4 4매 분량으로 자세하게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1930년 1월과 3월 2회에 걸쳐 ‘북미 한인 유학생회 소식지’를 인용해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실상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에서도 보도했다는 것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운동이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교과서 수록, 화보 제작, 주요 박물관과 기념관 전시 등을 통해 교육용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최근 10년 동안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홍기’, 중국 국민당 기관지 ‘중앙일보’, 독일 ‘포시쉐 자이퉁’,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 관련 기사를 발굴해 왔다.

쿠바, 멕시코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지지하고 후원한 내용의 기사와 김구 선생이 미주 한인들에게 보낸 감사 편지에 이어 2017년에는 워싱턴 포스트 기사도 찾아냈다.
/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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