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뒤집어지는 멀쩡한 보도블록

해가 바뀌기 전에 예산을 모두 사용하려고 멀쩡한 보도블록을 갈아엎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전형적인 예산낭비 행위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길거리 여기저기에서는 보도블록을 다시 까는 공사를 쉽게 볼 수 있다. 각 일선 구청은 연초 편성된 도로유지·보수 관련예산을 모두 ‘털어내기’ 위해 연말이 다가오면 으레 보도 블록 교체공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광주지역 5개 구청이 보도블록 공사에 투입했거나 투입할 예산은 모두 20여 억 원이다. 동구는 5천 400만 원을 들여 12월까지 무등로, 의재로, 독립로 등 5곳의 보도블록 공사를 진행한다. 서구도 8억5천만 원을 투입해 풍암동과 금호동 등 4곳의 보도정비 사업을 11월 말까지, 광산구는 2억 5천 500만원 예산으로 소촌동 등 4곳의 보도를 정비한다.

북구는 4억 500여만 원을 들여 신안동과 양산·오치동 등 6곳의 보도를 정비하고 있다. 남구도 연말까지 주월동, 월산동 등 3곳의 보도정비에 나선다. 남구는 3천 500만원을 들여 백운동 일대 보도정비 공사를 마친 상태다. 문제는 보도정비 공사가 ‘기획 성’이 짙다는 것이다. 연말이 되면 민원인이 불편호소-민원접수-공사착수라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보도 블록이 들뜨거나 파손돼 있다면 해당 부분을 교체하거나 보수하면 되는데도 남아있는 사업비를 다 쓰기위해 필요이상의 공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예산을 이월하면 다음 해 예산편성에 있어 예산 감소 등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답답한 일이다.

관계공무원들은 “보도정비 사업이 예산을 소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주민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보행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해가 바뀔 때면 벌어지는 보도 블록 교체공사에 주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개선돼야할 행정관행, 혹은 적폐라는 지적이다. 예산운용상의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

의회 일부 의원들의 눈감아주기, 혹은 집행부 측에 자신의 선거구 특정지역에 새로 보도 블록을 깔아달라는 요구도 이런 예산낭비성 사업이 계속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보기에는 멀쩡한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새로 까는 장면이 주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보도블록이 파손돼 있으면 그 구간만 하자보수를 실시하는 합리적인 사업집행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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