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44)

제4부 풍운의 길 3장 안현전투(444)

정충신이 선발대를 이끌고 안현고개(서울 서대문구 안산)에 당도했으나 장만 도원수와 남이흥 중군장 겸 계원장은 추격군을 거느리고 파주를 거쳐 벽제에 이르렀다.

이괄이 도성을 장악하자 민심은 극도로 들끓었다.

장만 도원수는 종사관 이민구에게 반란군을 막지 못한 사죄의 뜻을 공주 행재소에 알리도록 하는 길에 정충신을 만나 급히 고양 북방 혜음령으로 오도록 했다. 벽제역과 삼송리를 굽어보는 고개 마루턱에서 예하 부대 부대장을 소집해 긴급 전략회의를 열었다.

“정충신 전부대장, 도성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소? 말해보시오.”

장만이 부하 장수들을 훑은 다음 정충신을 항해 물었다.

“이괄의 서울에 남아있는 벗들이 모두 나와서 관직을 받고 새 조정의 중신으로 임명되고 있습니다. 나라를 완전히 접수하고 있는 태도입니다. 이 통에 이괄과 인연이 닿지 않은 자들까지 나서서 이런저런 연고를 두고 한 자리 얻으려고 줄을 섰습니다. 이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빨리 도성을 탈환해야겠구먼. 나로서는 두세 가지 방법을 쓸 수가 있소.”

“어떤 것입니까.”

“첫번째는 반군이 도성을 장악한 지 하루 이틀밖에 안되니 주민들도 반도들에게 긴가민가 할 것이요. 며칠 더 지나면 형세를 관망하던 무리들까지 역적들을 현실적 실체로 받아들이고 너도나도 새 권력에게 협조하게 될 것이오.”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민심이 돌아서기 전에 조속히 공격을 가해 관군이 살아있다는 것을 만백성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오.”

“그러나 현재의 전력으로는 관군이 불리합니다. 반란군은 사기가 충천해있고, 민심 또한 변했으며, 적들은 잘 훈련된 병사가 5,6천이 됩니다. 그에비해 관군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덜 준비된 군사들이라 소수 병력이나 다름없습니다. 서로 맞닦뜨려 전쟁을 치르는 것은 상당히 모험이 따르는 것이니 두 번째 전략을 말씀해주십시오.”

“둘째는 속공보다 지구전을 펼치는 것이오. 현재 후속 남하중인 경기관찰사 이서의 부대를 독촉하여 도성 동쪽으로 나가는 길을 봉쇄하고, 선봉장 신경진의 부대를 불러올려서 도성 남쪽 통로를 차단하게 한 다음 우리 도원수 부대는 북방 퇴로를 막아 이괄 군의 군량 보급로를 끊어놓고, 각도의 지방군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합동작전을 전개해 공격하자는 것이오. 이상 두 가지 중 한가지를 택해 적을 막아야 하오.”

정충신이 도원수에게 다른 의견을 냈다.

“우리가 반군을 여지껏 섬멸하지 못한 것은 역도의 힘은 막강하고 관군의 힘은 분산된데다 사기마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공(遲攻)은 저들에게 시간을 벌어주니 안되고, 첫 번째 계책대로 속공(速攻)으로 일합을 겨루어야 합니다. 역적 이괄이 도성의 성곽을 의지하고 있으나 소관이 이끄는 관군도 길마재(안현고개 혹은 안령, 오늘의 무악재)에 먼저 들어가 있으니 도성을 감시하고 제도하면서 싸울 수 있습니다. 이괄 군대를 꾀어 도성 밖으로 끌어내면 소관의 부대가 부술 수 있는 것인즉, 그들은 고지를 올려다보고 공격하게 되며 소관의 군대는 지형지세의 이점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역도들을 내려다보며 격파, 섬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 정수가 미리 안현고개로 들어갔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소관이 벌써 척후 병력과 수색대를 투입해서 주요 방어진지와 공격 목표를 설정해 놓았습니다.”“대단히 장한 일입니다. 싸움의 반은 이겼습니다.”

남이흥 중군장이 적극 동의했다. 정충신이 전략을 다시 소개했다.

“우리 관군이 이괄 부대를 자극할 것입니다. 이미 승리했다고 기고만장해 있는 이괄 부대를 향해 붸를 지르는 것입니다. 그들을 도성에서 안현고개로 끌어내는 것입니다. 마침 공주로 파송된 전라도 군사가 이시백 지휘관의 지휘 아래 북상중에 있습니다. 소관이 고향의 군사들에게 공주 파천한 임금을 호위하라고 명을 내렸던 바, 전라 병사에 의해 공주로 갔으나 이시백으로 장수가 교체되어서 이들 근왕병 중 일부가 북상중이라는 통문을 받았습니다.”

“잘 되었소. 응원군이 각처에서 올라온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응원군보다 역도들이 더 많이 움직이고 있었다.

인조반정 때 숙청된 이이첨의 잔당 권진이 유배지 양산에서 은밀히 무사들을 끌어모아 이괄 부대에 합류하려고 북상중이었다. 권진은 동래포에서 낭인으로 서성거리는 칼 잘쓰는 항왜병을 용병으로 사서 전력을 증강했다. 경기방어사 이홍립은 도성이 반란군에 점령되고, 임금과 대신들이 모두 남쪽으로 피난길에 나섰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괄 군대에 투항해버렸다. 흥안군 이제는 왕을 따라 피난길에 나섰다가 중도에 빠져나와 이괄에게 합류했다. 그는 밤새 말을 달려 이괄이 장악한 도성에 당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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