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희정 광주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선거과 주무관>
몇 일전 저녁식사 중에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 화면을 보니 경비아저씨가 서계셨다. 우리 집에는 무슨 일로 오셨을까 의아하게 생각하며 문을 열어드리니 찬성과 반대가 써진 종이를 내미셨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던 관리규약 개정안내문을 봤는데 그 찬·반을 묻는 투표용지였다. 수고가 많으시다고 인사를 건넸더니 이렇게라도 사람을 만나면 다행인데 몇 집을 다녀도 사람이 없어서 진도가 안나간다는 얘기를 하셨다. 이것은 비단 우리 아파트만의 상황은 아닐 것이다. ‘온라인투표를 했더라면 이런 수고로움 없이 편리하게 진행 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공직선거 외에도 생활주변에서 아파트 동대표자 선거나 관리규약 개정 같은 다양한 형태의 선거를 만난다. 하지만 주민의 무관심과 시간 및 장소의 제약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것은 낮은 투표율로 이어지고 이렇게 선출된 대표자는 그 대표성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3년부터 온라인투표시스템을 개발하여 운영중이다. 온라인투표는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투표할 수 있다. 직접 투표장소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개표결과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인력, 예산, 시간을 모두 아낄 수 있는 편리한 투표방법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의 IT 강국이며 스마트폰 보급률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환경 또한 기존 LTE보다 20배 빠른 5G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해킹, 조작 등 투·개표결과의 위·변조 의혹이나 불신 때문에 온라인투표보다 투·개표관리 인건비 등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종이투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의혹이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하여 미국, 스페인, 호주, 에스토니아 등 해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각종 선거에 도입하고 있다.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더욱 신뢰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투표시스템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분산컴퓨팅에 기반을 둔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하는 기술인 블록체인은 해킹 등 공격시도에 안전하기 때문에 정보의 보안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온라인투표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투표시스템은 유권자의 본인인증 및 투표내용의 정보가 블록에 기록되고, 저장된 블록체인은 다수의 노드(node)에 저장되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어 투표결과의 조작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기존 온라인투표는 후보자 등 이해관계자가 투·개표과정에 직접 참관할 수 없었으나,「블록체인 기반 온라인투표시스템」은 이해관계자에게 노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분산 저장된 각 노드의 투·개표결과를 직접 비교·검증하게 함으로써 선거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편리성과 보안성을 기반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투표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3년 16건(선거인 1만 5천명 정도)에 불과하던 온라인투표 지원 건수는 올해 6월말을 기준으로 6천300여건(선거인 740만명 정도)으로 그 수요가 급증했다. 온라인투표시스템은 아파트선거 외에도 정당의 당내경선, 대학교 총장선거, 각급 학교 임원선거 등 다방면에서 이용이 가능하고, 정부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정책결정을 앞두고 주민 의견 수렴시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온라인투표가 생활 속 작은 선거부터 정책결정 투표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다 보면 향후 공직선거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투표할 수 있는 온라인투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Latte is horse. 흔히 나때는 말이야~를 뜻하는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이다. 언젠가 ‘나때는 말이야 투표하려고 점심시간에 어렵게 시간을 내서 투표소에 갔더니 줄이 엄청 긴거야. 그래도 한참을 줄을 섰다가 투표를 했었지…’라고 회상하는 시절이 오지 않을까!
김명식 기자
jsy@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