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데 기름 부은 유니클로 광고

정희윤(남도일보 사회부 기자)

일본 한 의류 브랜드의 광고가 위안부 피해자를 폄하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지난 15일부터 15초 분량의 ‘유니클로 후리스:LOVE&FLEECE편’국내 광고를 시작했다. 해당 광고영상은 90대 여성과 10대 소녀가 등장한다. 패션 컬렉터로 소개된 90대 여성은 10대 소녀로부터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었냐”라는 질문에 “그렇게 오래 전 일은 기억 못 한다(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논란은 한국어 자막에서 비롯됐다. 90대 여성의 영어 대사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이 한국어 자막에선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의역됐기 때문. 유독 한국 광고 자막에만 ‘80년 전’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굳이 80년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은 ‘과거는 잊어라’라는 메시지와 위안부 피해자들 및 한국 국민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80년 전인 1939년은 일제강점기로, 조선인 노동자들이 중요 산업으로 강제 연행됐으며, 많은 한국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시기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이 장면은 대한민국 역사를 아는 국민이라면 결코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게 만들었다. 특히 해당 광고가 다른 나라도 아닌 과거 우리나라의 국권을 침탈했던 일본 브랜드의 광고이기 때문에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유니클로의 입장은 더욱 가관이다. 위안부 비하 논란이 일자 유니클로 한국법인 관계자는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가중시켰다.

‘때린 사람은 몰라도 맞은 사람은 기억하는 법’이다. 우리는 과거 일본의 만행을 기억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직접 피해를 겪은 당사자가 존재하며,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공부하는 이들까지… 단 한시도 80년 전 민족의 아픔을 잊은 적 없다. 맞은 사람의 기억을 조롱하기 전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것이 인간의 마지막 도리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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