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선 광주사회적경제센터장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 칼럼
주택 공급주의와 주거점유의 불안정 현상
윤영선(광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최근 광주지역 집값은 경기침체가 무색하게 많이 올랐다. 어느 행정동은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높기로 유명한 ‘강남’에 빗대 ‘봉남’으로 불리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봉남’의 출현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그곳을 선두로 주변부 집값도 덩달아 상승하고, 군대처럼 지역에 따라 주택 서열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간혹 주택가격 관련 토론회에서 혹자들은 주택가격 상승 원인을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서 찾는다. 이들은 소득 상승에 따른 넓은 면적의 주택수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분양가 인상, 주택 회전을 위한 주택공급 여유분 부족 등 수많은 이유를 대며 주택공급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주택가격 상승 원인으로 보기에는 근거가 약한 것 같다.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자. 전국 주택보급률은 이미 2002년도에 100%를 넘어섰고, 광주지역도 광역시 중에서 상대적으로 빨리 100%를 넘었다. 주택보급률 100%를 넘어서면서 건설업체는 경기침체에도 아랑곳없이 서민 주택보다 중형 이상의 분양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면서 주택가격을 견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설업체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내세워 기존 주택가격과 달리 고가의 분양정책을 펼친다.

즉, 건설업체는 신규주택을 분양하면서 주택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했다. 이렇게 말하면 혹자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주택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경기가 좋으면서도 물가인상률이 낮았던 시기, 소위 골디락스 국면으로 불리던 참여정부 시절이나, 생산과 물가가 낮아 디플레이션의 공포라고 말하는 지금도 여전히 주택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그러니 분양가격 상승 원인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돌리는 것도 어폐가 있다. 오히려 그들의 주장과 반대로 주택가격 상승 원인은 정부가 경제 활성화 명분으로 시행했던 주택 공급주의 정책과 이에 편승한 건설업체의 분양가격 인상으로 보는 게 더 설득력 있다.

또한 주택가격은 주택 공급주의뿐만 아니라 투기자본이 가세하면서 가파르게 인상 되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통화확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개인과 기업의 기대심리 위축으로 소위 말하는 ‘돈맥경화’ 현상이 발생하여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면서 주택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주택 공급주의 정책은 건설업체의 분양을 통한 주택가격 인상 기회로 작용했으며, 여기에 투기자본이 가세하면서 주택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게 되었다.

주택가격의 비정상적 상승으로 주거비용 부담률이 높아지면서 광주지역은 불안정한 주거점유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광주지역은 타 광역시에 비해 가구소득도 높지만, 맞벌이 가구 비율도 상대적으로 매우 높아서 1인당 소득은 오히려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생활비는 울산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것은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광주지역 ‘주택매매전세가격비율’이 70%를 넘다 보니 가계는 높은 생활비 부담과 주거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입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광주지역은 타 광역시에 비해 자가 주택점유 비율은 높지만, 전세 주거점유 비율은 낮으며, 보증금 없는 월세 비율은 높은 주거점유의 불안정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주거점유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정책이 필요하다. 하나는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정책이다. 예를 들어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 마련이 가능하도록 ‘지역주택조합’의 실질적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며, 주택 소유자뿐만 아니라 세입자도 참여 가능한 ‘주택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이 용이하도록 정부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증대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계의 지출에서 필수적인 교육, 의료, 돌봄 등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이 보완된다면 가계의 주거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 상승은 건설업체의 분양가격 인상과 경기침체에 따른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에 유입되면서 발생된 주택 공급주의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실정에서 정부가 주택 공급주의 정책을 계속해서 유지한다면 오히려 투기 수요를 부추겨 주택가격 인상의 빌미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가계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공급주의에서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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