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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34)‘노고치-송치’ 구간

강행옥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34)‘노고치-송치’ 구간(2019. 9. 28)
점토봉오르는 길 작은 수정초 꽃 군데군데 피어나

안개비가 걷혀 등산하기 더없이 좋아…작은 연봉들 발아래에
688m 문유산 멋진 풍경에도 찾는 발길 적어… 싸리버섯이 반겨

바랑산 지나자 정맥길 곳곳에 시멘트로 만든 교통호·참호 발견
70년대 향토예비군 동원작업 흔적…훗날 문화유산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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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산 삼거리.
바랑산 정상
바랑산 정상에 선 필자.
점토봉 가는 길
점토봉 오르는 길.
수정초 꽃
수정초 꽃
참호
등산길에 만난 참호.

순천 쪽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무시하고 7시에 친구를 태워 8시 10분쯤 노고치에 도착하였다. 호남고속도로에서 승주 IC로 진입해야 하는데 내비게이션만 믿고 주암 IC로 진입하는 바람에 시간이 더 걸렸다.

생태마을이 조성된 고산(鼓山)마을 근처의 노고치에 차를 주차하고, 산행을 준비하는데 이슬비가 조금씩 내린다. 근처 도로에 쥐밤이 떨어져 있어서 반되나 줍고 나서 왼쪽으로 난 포장된 임도를 따라 200m쯤 진행하니 오른쪽으로 점토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원래 정맥 길은 따로 있는데 산주인이 철조망을 쳐놓아 우회하는 길이 새로 생긴 모양이다. 점토봉으로 오르는 길에 하얀색 작은 꽃이 군데군데 피어있는데, 동행한 겸신 친구가 수정초 꽃이라고 설명해 준다.

점토봉까지는 문유산 등산로를 정비하면서 통나무를 계단식으로 설치해 놓았는데 군데군데 망실된 부분이 많아서 앞을 유심히 살피며 걸어야 한다. 꽤나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을 50여분 올라서 9시 10분경 점토봉에 도착하였다.

마침 안개비가 걷히고 날이 개어 등산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다. 점토봉을 지나면 570봉, 616봉, 660봉 등 50여미터 정도를 올라가고 내려가는 작은 연봉들이 이어지는데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다.

2주 전에 단독산행에서 이름 모를 벌레에 얼굴 등을 쏘여 고생했는데, 오늘은 날씨도 좋고 등산로까지 산뜻하니 금상첨화다. 문유산으로 가는 길목에는 조그만 싸리버섯이 군데군데 나 있다. 어릴 적 누님들이 불갑산에 싸리버섯 따러 갔다 오면 대바구니에 통통한 싸리버섯이 가득했는데, 이곳 싸리버섯은 너무 가늘어 잘 보이지도 않는다.

9시 50분경 문유산 삼거리에 이르러 200m 떨어진 문유산으로 향했다. 문유산 정상에는 정상석과 함께 쉴 수 있는 의자와 데크가 잘 조성되어 있다.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아 산 아래 풍광은 보이지 않으나 비는 그치고 이젠 햇볕까지 비친다. 이곳에서 땀을 식히며 친구가 가져온 ‘정정기표 친환경 달걀’을 두 개나 먹었다. 계란은 산란한 지 일주일쯤 지나면 막이 생겨서 삶아도 잘 까지는데 햇계란은 껍질과 흰자가 같이 붙어 나와 먹기에 사납다.

문유산은 688m나 되는 멋진 산인데 근처에 높은 산이 많아서 그런지 정맥꾼 외에는 탐방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중에 우리를 송치로 태우러 온 강성원씨도 한번도 와 본 일이 없다고 하니깐.

문유산을 지난 정맥 길은 평탄한 길로 이어지는데 그래도 크고 작은 봉우리를 대여섯개 넘어서 12시 20분이 되서야 바랑산에 도착하게 한다. 승주읍과 순천시 월등면 사이에 있는 바랑산에는 높은 산불감시탑이 솟아 있어서 멀리서도 정상이 보인다.

바랑산을 지나면 정맥 길은 잠시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는데 510봉 근처에 도착하니 오래된 교통호와 참호가 아직도 남아 있다. 70년대 북한의 ‘전 국토의 요새화’에 맞서 향토예비군을 동원하여 동네 야산까지 이런 참호를 팠는데, 시멘트 구조물이라 제법 오래 버티고 있다. 한 백년쯤 지나면 이것도 문화유산이 될런지 모르겠다.

510봉을 지난 정맥 길은 심하게 송치 쪽으로 내리 꽂힌다. 마침 친구의 후배인 강성원씨가 송치 쪽으로 마중을 나와 오늘은 택시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1시를 막 넘어서 송치재에 도착하여 친구와 기념사진을 찍고 강성원씨의 차에 몸을 실었다. 가는 길에 유병언씨의 별장이 근처에 있었고, 유병언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메밀밭은 그곳에서 1km도 안된 곳에 있었다. 박근혜 정권 때 있었던 일들은 모두 미스테리 한 것 투성이라 아마도 시간이 좀 흘러야 진상규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년간 광주지방변호사회와 민변의 ‘5·18법률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후배들과 전두환 회고록 판매금지가처분과 ‘고 조비오 신부님’ 사자명예훼손 고소사건 등을 진행했는데, 39년이 지난 5·18도 아직 진상규명을 못하고 있자니 가끔 울화통이 치민다. 검찰이 바로 서면 전두환을 5. 21 도청 앞 동시발포 학살 책임을 물어 고소하려고 했는데, 검찰 개혁에 반발하는 꼴을 보니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성 싶다.

오늘은 11km 밖에 안되는 짧은 구간을 도시락도 없이 오후 1시 안에 하산을 끝내고 승주읍에서 염소탕 한그릇 씩을 점심으로 때웠다. 조문갈 곳이 있어서 서초동에 못 가보는 것이 아쉽다. /글·사진=강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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