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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23>김정순 고흥 살래다 대표독일서 유망한 철학자에서 ‘생태주의 전도사’로

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23> 김정순 고흥 살래다된장 대표
독일서 유망한 철학자에서 ‘생태주의 전도사’로
흙과 자연 동경해 귀농한 12년 차 베테랑 농사꾼
된장·간장·고추장·청국장 등 전통장류 생산
전국 강소농 우수상·전남 도지사품질인증 ‘쾌거’
전통장체험·사회적 협동조합 등 지역사회 공헌도
“명확한 가치관 바탕으로 지역 문화에 스며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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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전남 고흥군 포두면 내산길로 귀농한 김정순(54·여) 살래다된장 대표는 땅과 자연에 대한 동경으로 귀농을 단행했다.

전남 고흥군 포두면 내산길에는 진한 고동색의 항아리가 물결을 수놓은 채 황홀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작게는 30ℓ부터 크게는 75ℓ까지 각양각색의 항아리들은 마복산의 정기를 재료 삼아 영롱한 빛을 자아내는 간장과 고추장, 청국장, 된장 등 전통장류를 빚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내산길로 귀농한 김정순(54·여) 살래다된장 대표는 땅과 자연에 대한 동경으로 귀농을 단행했다. 반복되는 육아와 살림,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이 김 대표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결국 철학자를 꿈꿨던 김 대표는 독일에서의 유학 생활을 뒤로 한 채 급격한 산업화가 낳은 농촌의 노령화와 공동체·고향의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재는 200여 개의 장독대에서 연간 7.18t의 100% 유기농 전통장류를 빚어내며 연 매출 4천만 원을 올리는 등 어엿한 내산길 대표 귀농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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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순 살래다된장 대표는 200여개의 장독대에서 연간 7.18t의 100% 유기농 전통장류를 빚어내고 있다.

◇귀농동기-자연으로 돌아가고파

전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유능한 철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김 대표가 갑작스레 귀농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지난 1991년 남편과 함께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지난 2002년까지 11년간 독일에서 나름대로 소망했던 꿈을 펼치며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해왔지만 김 대표에게는 남몰래 마음속에 자그마한 멍울이 생겼다. 오랜 외국 생활과 고향을 떠난 외로움이 김 대표의 하루하루를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육아와 살림으로 꿈꿔왔던 공부와 철학자의 길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땅과 자연에 대한 동경을 품었고,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본래 고향을 선물해줘야겠다는 일념으로 오랜 유학 생활의 막을 내렸다.

귀농 초기 김 대표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귀농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와 버팀목이 되어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단칸방에서 여섯 식구가 부대끼며 살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 대표는 고향 전남 무안군이 아닌 연고가 없는 고흥군을 귀농 시작지로 선택해 지역 특성에 적응하기도 벅찼다. 설상가상으로 토지가 비옥하지 못한 탓에 귀농한 첫해 수확량은 바닥을 쳤다.

김 대표는 “농사라는 육체노동에 익숙하지 않아 밤만 되면 몸 곳곳이 쑤셨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생활 패턴이 귀농 초기 힘들었던 점이다”며 “이와 함께 뱀같이 혐오스러운 동물이 많고 간섭이 심한 지역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방해하는 요소였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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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 특산품 매장과 직거래장터, 박람회, 농수산물직판장 등으로 납품되는 김정순 살래다 대표의 전통장류.

◇전화위복과 형설지공

김 대표는 10년 전 어리숙했던 새내기 귀농인 시절을 ‘전화위복과 형설지공’ 두 사자성어로 일축했다. 낮에는 고흥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강소농 교육을 받았고, 밤에는 육아와 살림을 비롯해 수확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농업 관련 서적을 읽으며 지식을 쌓았다. 강소농 교육이란 경영의식 함양과 경영개선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교육으로 농산물의 생산기술과 농산물 판매 및 마케팅 방법 등 농업시장 전반에 대한 대응을 교육한다.

이런 생활을 5년간 반복한 결과, 첫해 10t이었던 전통장류 생산량은 이듬해 20t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주위 농가와 거래처 사람들에게 ‘성실한 농사꾼’이라는 입소문도 나 고흥군 특산품 매장에 식품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겹경사로 올해 초부터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학교 급식에 납품하게 됐고 직거래와 직거래장터, 박람회, 농수산물직판장, SNS 등 다양한 경로로 판매·출하하면서 판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전국 강소농 우수사례 발표 대회에서 고흥군 대표로 김 대표가 우수 강소농으로 선정되는 쾌거도 이뤄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전남 도지사품질인증까지 취득해 고흥군 대표 귀농인으로서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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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군 포두면 내산길에 위치한 김정순 살래다 대표의 집 전경.

◇지역 사회 공헌을 위해

김 대표는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지역 교육협동조합(고흥온마을학교사회적협동조합)과 연계한 상시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상시체험 농장은 귀농에 관심 있는 사람 40명을 대상으로 고추장과 된장 등 전통장류 만들기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지역 내 초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메주 만들기 체험학습 프로그램, 고흥군 인구정책과와 연계해 귀농·귀촌체험프로그램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여성농민회와 연계한 지역민을 위한 전통장 만들기, 순천별량마을학교와 연계한 전통장 만들기 등 각종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재배나 생산과정 노하우를 일반인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고흥온마을학교’에서 소속돼 지역 청소년들에게 고흥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고흥온마을학교는 고흥에 거주하는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고흥으로 귀농한 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결성한 협동조합이다.

김 대표는 “아이는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듯이 최근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화려한 조명 속의 대도시에서 살려고 한다”며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고 지역에서도 꿈을 펼치며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지역을 위한 봉사꾼 자처해야”

김 대표는 새내기 귀농인들에게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서는 본인만의 신념과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농촌에서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지역 문화에 스며들어 작은 행복에도 만족할 줄 아는 가치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귀농했더라도 소박한 농촌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면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대표는 지역 정서에 융화하는 태도가 필수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김 대표는 “도시에서 살다 왔다는 그릇된 자부심 또는 권리 의식으로 지역 주민들을 무시하는 귀농인도 더러 있는데 그런 언행과 마음가짐은 불필요한 것이다”며 “지역 마을 속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인만큼 주민들을 인정하고 그 사람들과 화합해 고마움을 느껴며 생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지나친 귀농 로망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문화와 복지, 교통 등 농촌의 정주 여건이 도시보다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며 “돈을 쫓거나 대단한 성공을 위해 귀농을 하나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금물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사진/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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