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49)
제4부 풍운의 길 3장 안현전투(449)

핵심 막료장이자 난을 함께 일으킨 한명련이 급히 들어왔다.

“공주 공산성으로 전라도 군사가 들어갔는데, 조정에서 의심한 나머지 전라 병사를 쫓아버리고 이시백 휘하에 넣었다고 합니다. 그중 전라 병사를 추종하는 군사들이 이탈해서 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그들을 맞아 우군으로 삼으면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겠습니다.”이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전라 병사가 의심을 받은 것은 그가 이괄과 평소 친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었다. 한명련이 다시 말했다.

“이원익 영상은 이괄 합하가 전라 병사에게 은밀히 부탁하여 근왕병으로 위장하여 폐주가 머물고 있는 행재소에 잠입해 들어가 왕의 목을 따는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합니다.”

“의심많은 영감이 왕에게 충성하느라고 그런 허접한 음해를 하는 것이지, 벼슬아치라는 것들이 한결같이 그래. 나와는 상관이 없소.”

그는 지금 벼슬을 내려야 하는데 인선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각사(各司: 한양에 있는 관아를 통털어 이르는 명칭)의 이서배(吏胥輩: 벼슬아치)들이 관복을 갖추어 입고 나와 정중히 예를 취하고, 더러는 어포와 술병과 꿀을 가져오는 것으로 보아 벼슬자리를 바라보는 수작임이 분명했다. 어떤 자는 하인들을 데려와 길바닥에 물을 뿌리고 비로 쓸고 있었다. 투항한 경기방어사 이흥립이 들어와 허리를 굽혀 인사하더니 말했다.

“합하 어른, 속히 인선하여서 국정을 이끌어야 합니다. 소관은 작은 것은 받지 않겠습니다.”

이흥립은 본시 광해군의 신임을 받아 훈련대장 등 군 고위급에 있었으나 인조반정이 나자 쫓겨날 처지였다. 그런데 반정공신 장신(張伸)의 사위여서 혼란한 틈을 타 물러나긴 커녕 경기방어사로 전보되었는데, 그래도 인조 정권하에서는 배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괄이 난을 일으키자 투항해온 자였다. 이괄이 대꾸하지 않자 그가 이번에는 다르게 말했다.

“열광적으로 환영 나온 도성 사람들이 안보입니까? 젊은이들도 떼거리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대세는 완전히 기울었습니다.”

이때 척후 군관이 급히 경복궁으로 달려 들어왔다.

“합하, 급히 전하오이다. 정충신 전부대장과 남이흥 중군장의 지휘 아래 모든 군사 배치가 완료되어 영은문과 서대문을 넘보고 있습니다. 안현고개에 관군이 좍 깔렸습니다.”

“길마재란 말이냐? 때가 왔구나. 그러면 신왕에게 보고하러 가야지.”

한편 전부대장 정충신은 최후의 일전을 앞두고 전선을 좌우없이 다시 한번 돌았다. 배치된 부대를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외쳤다.

“숫돌고개(은평구 불광동), 녹반고개(은평구 녹번동), 길마재(안현:서대문구 안산) 세 고개 중 길마재를 얻지 못하면 한양을 수복할 수 없다!”

숫돌고개를 지나고 녹반고개, 길마재에 이르자 반란군사가 달아나기 시작했다. 탈영병들이었다. 정충신이 소리쳤다.

“너희가 무슨 죄냐. 죄는 이괄에게 있고, 너희들은 무죄다. 두려워말고 관군에 합류하라. 명분없는 싸움에서 반군이 이기는 예는 없다.”

그들이 비실비실하더니 귀순했다. 정충신은 이들을 데리고 안현고개를 넘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반군의 숫자가 많아졌다. 그들을 향해 그가 외쳤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살려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투항할 적시면 내가 책임지고 상을 내릴 것이다.”

“웃기네!”

반란군들이 돌을 굴리며 활을 쏘며 반항했다. 반란군의 군세는 파악이 되었다. 도성으로 들어갈수록 반군은 이괄이 정권을 잡은 것으로 믿고 더욱 충성하고 있었다.

“모두 산으로 올라가라.”

정충신은 주력 부대를 길마재 정상으로 이끌었다. 먼저 재 위에 도달한 별장 유효걸 이희건, 용천 김경운, 해중 최응일, 신경원, 박상 이휴복 성대훈을 각 부대의 두국(頭局:꼭대기 부대)을 담당하도록 하고, 변흡은 길마재 앞을 경계하도록 하고, 김완은 서쪽, 신경원 이정은 북쪽, 황익 안몽윤 이경정을 중견사(中堅使; 전투 중심 병사)로 삼았다. 이곽은 포수 3백을 거느리고 상암 골짜기에 매복하여 도성 밖으로 나가는 길을 막도록 했다. 남이흥 이수일이 이들을 진두지휘하도록 하니 군사 배치는 완비되었다.

그 시간 이괄은 대조전(창덕궁 안에 있는 곤전, 즉 중궁전의 正堂) 동온돌로 가서 신왕인 흥안군 제에게 출전을 알렸다.

“전하, 소관 괄은 이제부터 서대문 밖 길마재로 달려가 장만과 정충신의 목을 가지러 갑니다.”

흥안군 제는 잠에서 덜 깬 듯 안에서 부시럭거리더니 물었다.

“아니, 장만과 정충신이 벌써 죽었소? 목을 가지러 가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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