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신’으로 문화 진흥의 변혁을…
김보미(전남 강진군의원)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남도 답사 1번지 강진군은 ‘강진 청자축제’를 시작으로 ‘남도 음식문화 큰잔치’와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까지 연이은 가을 축제들로 참으로 분주하고 신명 난 10월을 보내고 있다.

내 고향 강진은 영롱한 서정을 노래한 영랑 김윤식 생가를 비롯하여 다산초당, 청자도요지 등 유구한 역사와 낭만의 문화 도시이다. 과거 프랑스 대표 일간지 ‘르몽드’가 꼽은 한국의 3가지 보물인 ‘맑은 가을 하늘’, ‘고려청자의 비취 빛’, ‘다산 정약용의 정신’ 이 세 가지 모두를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의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다.

오늘은 강진에서 18년간 유배생활을 하며 그중 11년여 동안 다산 초당에 머무르며 500권이 넘는 방대한 책을 저술하고 후진 양성에 힘쓴 다산 정약용의 정신에 대한 마음을 나누고자 한다. 그는 2012년 유네스코에서 기념해야 할 인물로 꼽히기도 하였다. 저서를 통해 공평, 공정, 청렴, 개혁, 창의의 정신을 일깨워 ‘나라다운 나라, 백성다운 백성’을 꿈꾸며 시대의 개혁을 앙망했다.

특히 ‘경세유표’를 통해 “온 세상은 썩은 지 오래다”, “개혁하지 않으면 망한다”라고 외치며 나라의 근간이 되는 관료들의 올바른 정신과 올바른 직무수행을 권고했는데, 이는 정치신념을 막론하고 각자의 자리에 선 오늘날의 많은 이들에게 해당되는 날카로운 일침이다.

국가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순위를 보면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국가들은 모두 정직성 평가에서 상위 20위권에 들어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중간쯤인 50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는 한강의 기적, 세계 11위의 경제규모, 스포츠 강국 등의 수식이 무색할 정도로 아직 깨끗하고 정직한 사회라는 평가는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5년 안에 이 순위를 20위권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선언했지만, 실제 그 같은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도덕성과 공공선에 대한 관심과 수준이 지금보다 높아져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다산정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다산의 삶과 사상은 과거를 이해하고 현대를 인식하여 새로운 역사와 문화를 창조하는 데 있어 매우 적합하다.

다산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는 강진은 다산의 정신을 아름답게 계승하고 선한 영향력으로 꽃피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강진은 다산이 그의 가치관과 학문적 완결을 이룬 유의미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 역사의 현장에서 전하는 다산정신을 모두가 함께 공유하여 공적 사회적 가치를 확산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다산정신의 발원지이자 다산학의 산실인 강진군은 다산정신에 깊이 천착하여 지역주민에서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시민정신을 함양시켜줄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발전시켜야 할 권리와 책임, 의무가 있다.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요구 수준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많은 지자체는 예산 등의 부족으로 제대로 된 문화를 향유할 만한 프로그램 및 시설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관련 정책들은 깊이가 없고 빈약한 실정이다. 강진군은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문화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콘텐츠 활용 방안이 절실하다.

이에, 미약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역할을 찾아본다. 강진군에 자랑스러운 문화콘텐츠인 ‘다산’과 관련된 조례를 제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강진군 다산문화 진흥 기본 조례안’의 발의를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다산과 관련된 공부를 하던 중, 다산박물관 공직자 청렴교육 강의를 하시는 진규동 박사님의 논문을 접하게 되었고 다산정신이 담긴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실용적인 논문에서 다산을 통한 강진군의 비전을 보았다.

이 조례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용주의적 사상과 철학을 담은 다산정신 문화의 진흥을 통하여 강진군민이 다산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문화적 향상을 도모하여 지역 문화의 발전 및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역사 학자 뒤르켐은 한 사회의 성패 여부는 시민정신의 함양에 달려 있다고 했고, 루소 또한 시민의 도덕성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인간의 정신은 학습과 사고를 통해서 성장한다. 우리나라도 지금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시민의식을 함양시켜 도덕성과 준법정신이 강화된 공직자들을 세워나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한 책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다산 정약용을 꼽으며, 다산 정약용처럼 삶에 뿌리박은 정신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고 밝혔는데, 이는 아마도 “백성을 위해 임금이 있고, 목민관이 있는 것이다”라며, 공직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자세로 ‘바른 몸가짐’, ‘청렴’, ‘청탁거절’, ‘근검절약’, ‘베풂’을 가르친 다산의 ‘목민심서’에서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는 이번에 발의될 다산문화 진흥 조례가 도화선이 되어,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존경하는 다산의 정신이 담긴 그의 사상과 철학, 삶의 가치관과 변혁 사상이 200년이 지난 오늘날, 보다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들불처럼 번져, 생생하게 되살아나기를 소망한다.

개혁은 성공과 실패의 결과보다는 정직하고 성실한 과정에 가치를 두고 나아갈 때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이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과 목민관들이 다산의 큰 뜻으로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운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각오를 다시 한번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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