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율 ‘착한 임대료’-혁신도시 활성화 대안?
조진상(동신대 교수·광주전남혁신도시포럼 운영위원장)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패션의 첨단을 걷던 번창한 거리였다. 그러나 세입자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영업을 계속하기 어려웠다.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건물주들은 3년전부터 단체를 구성하고 자율적으로 반값 임대료를 시행했다. 구청에서는 거리 환경 개선과 공연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최근 일부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년에 천만명이 방문한다고 하는 전주한옥마을에도 빈 점포가 늘기 시작했다. 비싼 임대료가 원인이었다. 전주시는 지역상권보호, 공동체 상생발전, 건전한 중개문화를 제고하기 위해 ‘사회적 부동산 제도’를 도입했다. 중개업소 50개를 엄선해 ‘사회적 공인중개사’를 지정·관리하고 지난 8월에는 ‘착한 건물주’16명을 표창했다.

고금대교 건설로 강진 마량항의 항구 기능 대부분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상권 위축도 불보듯 뻔했다. 상인들이 자율적으로 음식가격을 10% 인하하고 시설을 개선했다. 자구 노력은 정부를 움직이고 군을 움직였다. 해수부는 마량항을 관광미항으로 선정해 인프라를 개선했다. 군에서는 지속적으로 토요공연을 지원했다. 마량항은 이제 강진 제일의 관광지로 떠올랐다.

빛가람 혁신도시의 대규모 장기 공실, 심각한 상권침체에 관한 지역 언론의 심층 보도가 여러 번 있었다. 수년간 임대가 되지 않은 채 대출이자, 세금, 관리비 등에 시달리는 점포주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혁신도시에 아파트가 1만채, 상가·사무실이 1만개라고 한다. ‘1세대 1점포 도시’다. 공실율이 70%라고 하니 7천개의 상가와 사무실이 비어 있다는 뜻이다.

견디다 못해 건물주협회, 공인중개사협회, 상인회, 공익단체, 시의회, 공공기관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7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공식, 비공식 간담회를 가졌다. 핵심적인 논의사항은 ‘반의 반값 임대료’의 시행 여부였다. 무상이라도 좋으니 우선 임대부터 개시하자는 건물주부터 기 임대가 많이 이루어진 건물주 경우 기존 임대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낮은 임대료 시행에 따른 기존 임차인과 건물주간의 갈등 유발 가능성, 상인임대차보호법 저촉 여부와 건물주 보호 대책, 장밋빛 혁신도시 미래를 주장해 온 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 또는 충격 등 다양한 문제 공유와 대책에 관해 진지한 논의가 진행됐다.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뭐라도 해야 한다. ‘반의 반값 임대료’가 도움이 된다면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었다.

임대료는 ‘반의 반값’을 적용하더라도 용어 자체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 ▲반값 자동차 등 용어가 시민들에게 익숙하지만 용어 자체가 주는 복합적·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착한 임대료’란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반의 반값 임대료’라고 하더라도 분양가와 시가표준액중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시가 표준액은 현재 분양가의 55% 정도라고 한다. 지금까지 논의된 ‘민간 자율 착한 임대료 프로그램’의 핵심 사항은 임대료를 최초 2년간 시가표준액 기준으로 반의 반값, 이후 2년은 최초 임대료의 50% 이내에서 합의후 결정하고 중개수수료는 반값 이하로 한다는 것이다. 유치업종은 기존 상권과의 경쟁 유발 업종은 제외하고 주로 혁신도시 특성화 취지에 부합하는 사무 업종을 대상으로 한다.

공인중개사협회에서는 건물주협회의 도움을 받아 150~200개 정도의 빈상가·사무실을 확보중에 있다. 조만간 ‘착한 건물주’, ‘착한 공인중개사’를 지정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건물주협회, 공인중개사협회, 공익단체, 지방행정·공공기관이 참여하는 민간자율 착한 임대료 시행을 위한 사회적 협약식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1차로 내년 상반기중 비어 있는 점포의 1%인 70개의 임대 계약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혁신도시 주요 과제중 하나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노력만으로 기업 유치가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자율 ‘착한 임대료’가 만능은 아니지만 기업 유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도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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