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물,원’을 보고
임진택(광주우치공원관리사무소장)

최근에 잘 만든 ‘동물,원’이란 영화를 광주극장에서 보았다. 우리도 잘 아는 청주동물원 이야기인데 동물원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보여줘서, 어떤 면에선 조금 불편하면서도 그래도 우리의 처지를 가감 없이 대변해주는 것 같아 보는 내내 긴장되고 설레였다. 영화가 끝나고 왕민철 감독과 관객들과의 대화시간이 있어 끝까지 남아서 그 대화까지 경청했다.

가장 궁금한 건 ‘왜 이런 비인기 종목의 영화를 찍었을까?’ 였다. 물론 일부 자금 지원을 받은 영화이긴 했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그래도 인기 있는 인생영화를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감독은 행사차 청주에 갔다가 우연히 동물원에 들리게 되었고 그곳에서 동물원의 숨은 이야기를 듣고 바로 동물원 영화를 찍을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그도 반려인인데다 평상시 야생 동물 다큐에 꽤 관심이 있었는데 이 우연한 방문이 그를 3년간의 이 영화제작으로 이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정말 열심히 일하는 수의사나 사육사들이 있었고 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사실 동물원의 속내를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건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보통 피, 땀, 똥, 눈물 등 지저분하고 어두운 단어를 쓰지 않고는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용기 있게 자신의 속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청주동물원에 같은 동물원 사람으로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또 ‘제목을 왜 동물원이 아닌 동물,원이라고 했을까?’ 도 궁금했다. ‘동물원이라하면 경험치상 놀러가는 유원지같아 동물이 있는 정원이란 개념으로 이런 제목을 달았어요.’라고 한다. 역시 바로 이해가 되었다. 우리 동물원도 거의 30년 된 잘 가꾸어진 정원 속에서 동물들이 살고 있다. 그러니 동물 정원인 셈이다. 요즘 동물원이 여러 다른 이름들로 불리고 있기도 하다.

동물복지센터, 동물종보존센터, 야생동물연구소, 동물의 안식처 등등. 심지어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노아의 방주가 연합한 노아의 함대가 되려고 노력하는 동물원 연합체들도 있다. 야생에서 인간의 간섭과 기후변화로 인해 하루에도 몇 백종씩 멸종해 가는 야생 동물의 마지막 보금자리가 되려고 안간 힘을 쓰는 것 또한 현대 동물원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이 영화 속에선 토종 야생 삵을 인공증식하려고 노력하는 수의사와 사육사들의 노력이 잘 그려지고 있다. 왜 삵을 그렇게 열심히 복원하려 하는 걸까? 현재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수달 같은 동물 개체 수는 늘었지만 뱀, 오소리나 삵 같은 동물들은 숫자는 급감하고 있다. 적응 하는 동물과 적응 못하는 동물들 차이이기도 하고 야생 삵의 영역을 월등히 숫자가 우세한 길고양이들이 점차 차지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그러니 야생동물전문기관인 동물원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요즘 동물원은 야생동물 보호의 최전선이이기도 하다. 삵을 번식시켜 야생에 내 보내는 환원작업을 하려는 것이다. 이미 몽고말, 안데스콘돌 같은 야생전멸의 야생동물들이 동물원의 노력 덕분에 다시 야생에 터를 잡고 있다.

영화는 좀처럼 들어내지 않는 동물원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를 자주 들려준다. 그들의 목소리가 일반 사람들의 목소리와 거의 다르지 않음에 꽤 놀랄 것이다. “동물원 동물들을 다 풀어주고 싶어요. 그냥 자연 상태로 놔두면 안 될까요? 동물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싶어요. 동물원은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장소가 되었으면 해요.” 등 등.

가끔 사람들은 동물원 사람들이 직업에만 충실한 꽤 비정한 사람들인 줄 안다. 하지만 그들이야 말로 최고로 동물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하루 종일 동물만 생각하며 산다는 걸 영화는 간접화법을 통해 잘 보여준다. 퓨마 사건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보고 오랫동안 슬퍼하는 사람들도 이들이고 맹수들에 가끔 물려 죽은 이들도 이들이니 영화는 동물들뿐만 아니라 이들도 잘 보듬어 달라고 호소하는 것 같다.

이 영화가 과연 재미있을까? 우리는 워낙 우리 현실 이야기라서 제대로 판단 할 수가 없다. 단지 영화를 본 일반인들의 판단을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영화가 재미있어 소문나고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동물원이란 침묵의 정원도 활기를 얻고 누군가 우리를 지켜봐 주고, 소외되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으로 더욱 힘내서 동물들과 자연을 돌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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