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51)

제4부 풍운의 길 3장 안현전투(451)

“우린 억울해도 싸웁니다. 정 장수를 위해 싸웁니다!”

전라도 군사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지상전, 산악전 가릴 것없이 신속하게 국면을 진압해나갔다. 대부분 14,5년전 임진왜란과 정유왜란 시 종군했던 군사들인지라 숙달된 전투대형을 갖추어 싸우고, 무기 또한 우수했다. 왜군으로부터 노획한 공격용 창, 검, 조총 등 개인 무기와 화차, 낭기(狼機: 화포의 일종으로 불량기로도 불린다), 신포(信砲), 삼안총(三眼銃: 조선 중기 제조된 화기) 등 신 공용 무기가 동원되었다.

“저 좁만한 새끼들이 까불어쌍개 화포로 조사부러라이!”

조총병이 포병에게 신호를 보내자 포병이 재빨리 신포를 발사한다. 그대로 난군 십여 명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뒤이어 누군가 소리쳤다.

“저 새끼들, 꼬랑창(구렁창)으로 숨어든다야. 그짝에다 대고 삼안총 몇방 줘봐라이.”

삼혈총(三穴銃이라고도 부르는 삼안총이 격발되자 집결해있는 반군의 몇 명이 꼬꾸라진다.

화포가 불을 뿜는 것과 동시에 군사들이 창검을 휘두르는데 잘 훈련된 군사들인지라 반군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이들은 무엇보다 최신 화약병기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었다.

“저런 것들이 난을 일으켜서 궁궐을 접수한다고? 애기들보듬도 못한 새끼덜이 꿈은 야무졌고만?”

전라도 군사들이 사용한 화약 무기들은 임진왜란 때 수군용으로 널리 쓰였다. 애초 육상용으로 개발된 병기들이었으나 이순신 휘하의 수군에서 광범위하게 쓰였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전라도 군사들이 집중적으로 사용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던 무기들이었다. 육군의 연패에도 불구하고 수군이 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이 화약 무기였다.

전라도 군사가 참전한 숫자는 2백이었다. 참진군(參陳軍: 결전에 참여하는 군병)의 2초(二哨: 약 100여명)를 2개조로 나누어 전초관(前哨官), 좌초관(左哨官)이 지휘했다.

“한번 검으로 칭개 수수모가지 부러지듯 탁탁 꺾어지고마이.”

“나가 멱을 따면 칼침 한방으로 끝내버리재!”

“간만에 싸움 한번 해본다이. 주먹이 무자게 꼴렸는디 풀어버링개 박속맹키로 속이 후련하다야.”

싸움은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들의 싸우는 모습을 장대(將臺)에 올라 내려다보던 정충신 전부대장이 호위병을 이끌고 와우산 쪽으로 내려갔다. 그들 앞에 이르자 정충신이 말했다.

“수고했다. 허나 이것으로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 적의 본진이 중앙로를 타고 길마재로 오르고 있다. 그 동쪽으로는 한명련 부대가 오르고 있다.”

“이들을 부솨부러야지라우. 우리가 맬겁시 여그 왔겄소? 우리가 여까지 온 것은 정충신 장군 얼굴 한번 볼라고 왔지라우. 하지만 기왕지사 올라왔싱개 난군들 한번 깨끗하니 조사뿔고 정 장군한티 술 한잔 걸직하니 얻어묵고 내려갈라요.”

“그래라.”

까마귀라도 고향 까마귀가 더 반갑다고, 고향의 군사들을 만났으니 정충신은 반가웠다. 게다가 잘 싸워주기까지 한다. 반군의 서쪽 이충길 진영은 순식간에 깨끗이 정리되었다.

“본진으로 이동하라.”

초관이 정충신의 명대로 명령하자 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대오를 갖춰 움직였다.

이괄은 “적을 무찌른 후에 아침밥을 들겠다“고 순안군 제에게 장담하고 궁궐을 나왔는데 전세가 완전히 비틀어진 것을 보고 적이 당황했다. 이괄은 오늘의 서대문구 적십자병원 근방에서 군대를 일단 후퇴시켜서 좌우로 재편성해 한 패는 마포 방면으로, 또 한 패는 금화초등학교 부근에서 재로 올라가게 하여 공격을 시작했다.

한명련이 동풍의 덕을 본다고 아첨하던 것과 반대로 드센 동풍이 불어와 쏘는 화살을 엉뚱한 방향으로 비껴가게 하고, 총포 또한 피식 연기만 피울 뿐 발사되지 못했다.

관군에게는 함경도 갑산으로 추계 방어작전에 나갔던 임경업 장수까지 합류했다. 그는 전쟁 발발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군사를 모아 안현에 당도하고, 무기까지 대량 반입했다. 그는 얼마전 용산 병기고에서 약탈된 무기를 구했는데, 그 병기구들 들여온 것이다.

남이흥이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더니 외쳤다.

“정 장수, 천우신조요. 바람의 방향이 반군쪽으로 불고 있소.”

정충신이 명령했다.

“적을 벌판에 벌려놓지 마라. 골짜기로 몰아붙인 뒤 일제 사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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