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 묻힌 나주 동학농민혁명 역사 ‘재조명’

市·원광대·한일 시민교류회 ‘동학 위상정립’ 협약 체결

이노우에 카츠오 교수, 농민군 학살 관련 친필 사죄문 전달

강인규 전남 나주시장과 박맹수 원광대학교 총장, 이노우에 카츠오 한·일 동학기행 시민교류회 대표는 지난 30일 청사 소회의실에서 ‘나주 동학 위상정립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나주시 제공
전남 나주지역 동학농민혁명 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학술교류의 장이 마련된다.

나주시는 최근 청사 소회의실에서 강인규 나주시장과 박맹수 원광대학교 총장, 이노우에 카츠오 한·일 동학기행 시민교류회 대표와 ‘나주 동학 위상정립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협약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한·일 학계 대표들 간의 연구 성과 등을 기반으로 3개 기관이 동학 농민군의 한이 서린 나주의 동학 역사를 재조명하고, 공동연구 추진, 한·일 양국 시민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체결됐다.

양국 간 공동 연구가 결실을 맺게 되면 동학혁명 당시 초토영(토벌본부)이 설치됐던 나주의 동학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일본 측 학계대표로 참석한 이노우에 카츠오 교수가 일제의 한반도 침략과 동학농민군 학살에 대한 친필 사죄문을 전달해 감동을 선사했다.

이노우에 교수는 사죄문에서 “일본군 토벌대대는 전남 일대에서 마지막까지 항전하는 동학농민군을 잔혹하기 짝이 없는 작전으로 토벌했다”며 “잔혹한 토벌전의 역사, 그것을 발굴할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참한 토벌작전의 전체 상황이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처참한 토벌작전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며 “1세기 이상 어둠 속에 묻혀버린 역사적 사건 전모를 한국과 일본 현지에서 밝혀내고 발굴하는 일부터 시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노우에 교수는 “민족과 국가를 넘어 역사적 진실을 해명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극히 중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국제학술심포지움 자리를 마련해준 나주시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박맹수 총장도 “동학 역사 재조명을 위한 한·일 간 공동 연구를 나주에서 공식화하게 된 것에 대해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며 “향후 한·일 민간 교류답사와 국제학술대회 추진 등 행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인규 시장은 “한평생 동학혁명 역사 연구에 매진해 온 박맹우 총장과 이노우에 카츠오,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를 비롯한 학계 관계자 분들의 값진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오늘 협약을 계기로 나주의 동학 역사 재조명을 통해 한·일 양국 간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가는 역사적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일 동학기행 시민교류회는 내년도부터 한·일 시민 교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과거 동학 농민군을 학살했던 일제의 만행에 대한 진정한 사죄의 의미로 일본 시민들이 ‘사죄단’을 구성해 나주도 답사한다.

양국 민간 교류단은 동학혁명에 대한 진상규명과 농민군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비(탑)를 나주에 건립하고, 나주를 한·일 양국 간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구현하는 역사적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나주/정도혁 기자 vsteel@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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