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내새끼만 잘되면 되는거 맞아요?

백현옥 송원대 교수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 컬럼
정말, 내새끼만 잘되면 되는거 맞아요?
백현옥(송원대 교수)

청소년들을 위해 청소년과 함께 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지금, 나는 꽤 오래전부터 부딪혀 왔던 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 벽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늘 사랑의 감정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한번도 배워보지 못한 ‘부모’이다.

나는 자라서 꽤나 당연하게 엄마가 되고, 내 배우자는 아빠가 되는 것으로 알아왔다. 우리 엄마가 그랬듯, 외할머니가 그랬듯, 당연하게 나이가 차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커서 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그런 미래를 조금의 의문도 없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전 딸아이와 이야기를 하다 꽤 충격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결혼은 선택이다는 말에 수긍했지만 아이를 낳는 것에 부정적인 듯 이야기를 하는 딸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아이를 보면 예뻐 어쩔 줄 모르고, 초등학교 때부터 남의 집 아이들까지 봐주고 올 정도로 아이를 좋아하는 딸이었기에 어쩌면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딸의 입에서 나온 딩크, 독박육아, 맘충, 자녀양육비에 대한 말들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내가 아는 세상의 이야기를 하자 언제적 이야기를 하냐며 웃음을 터뜨리는 딸에게 낯선 배신감마저 느꼈다.

그런데 맘충? 왜 아이를 좋아하고 예뻐하던 딸이 그 단어를 꺼냈을까 하며 생각해보니 사회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여성들을 주시하며 그 아이가 조금만 자지러져도 어후 맘충, 하는 소리를 안들어본게 아니니까.

한 아이를 키워내는 것에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아이를 키워내는 일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요즘 사회를 보면 과연 이렇게 아이를 키워도 되는가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폭력 사건이 매우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아니, 이야기 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꽤 비중있게 다룬다.

그러나 학교 상황을 들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우리 자랄 때, 우리아이들을 키워낼 때 아이들이니 그럴 수 있을 법한 일들이 학교폭력이 된다. 친구의 별명을 부르고, 친구와 투닥거리며 싸우고, 미운 감정에 나쁜 말을 쓰는 모든 것이 말이다. 물론, 누군가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폭언은 이유를 막론하고 옳지 않은 일이며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그러나 가끔은 아이들간의 화해와 용서를 넘어서 어른들간의 기싸움으로 끝나지 않는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고 한다.

학교폭력사건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는 회의에 변호사를 대동하거나 변호사만 보낸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상대 아이에 대한 조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 행정소송을 내는 경우도 꽤나 많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결과들이 아이들의 의견이 온전히 반영된 결과일까? 나는 그 부모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정말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것인지, 아이가 원해서 하는 것인지 말이다.

많은 부모들이 상담을 와서 하는 이야기는 ‘애가 원하는 건 다해줬는데 뭐가 부족하다고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이다. 그래서 뭘 다 해주셨는데요? 라도 되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먹고싶다는거, 갖고싶다는거, 가고싶다는거 안해준게 없다고 한다. 한번은 그런 부모에게 딸애가 되물어 봤다고 한다. “그럼, 하루에 몇 번이나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몇 번이나 안아주고 토닥여주시죠?”

하루는 딸애가 굉장히 뿌듯해하며 들어왔다. 오늘 엄마 두명을 울리고 왔단다. 대체 왜 저렇게 뿌듯한 표정으로 누굴 울렸다는 이야기를 하나 싶어 물어보니 두명 모두에게 딱 한마디 했더니 울더란다. ‘엄마가 처음이시니까요, 그래도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우리는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다. 배우지 못할 뿐더라 정답을 찾을 수도 없다.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마냥 어깨너머로 배운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이를 보면 하루에도 열두번 천불이 올라온다는 한 엄마의 말이 꽤 웃프게다가왔다. 우리 모두 엄마가하는 말은 잔소리로, 아빠의 야단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취급한 적이 없진 않을 것이다. 더 빠르게 변화되어가는 사회의 아이들은 과연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느껴질지 다시금 고민해봐야하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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