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M&A 안개 사라져…통신3사 위주로 재편

업계, 콘텐츠·망 투자 기대…과기부·방통위 심사 속도 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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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조선 좀비 학교’ 팝업존[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쳐
안갯속을 걷던 통신업계 M&A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으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하게됐다.

특히 내년 초면 정부 심사 절차가 마무리돼 유료방송 업계가 통신 3사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료방송 시장, 통신사 ‘3강’ 위주로 재편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번 공정위 승인에 따라 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SK텔레콤은 심사 결과에 대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감안한 공정위의 전향적 판단을 존중하며, 과기부·방통위 인허가 승인 취득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합병법인은 IPTV와 케이블TV의 성장을 도모하고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 협력 기업과 상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하며, 조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유료방송 시장은 물론 알뜰폰 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뿐만 아니라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안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양사의 M&A 절차가 완료되면 유료방송 시장은 현재 IPTV와 케이블TV의 ‘1강 4중’ 체제에서 통신사가 주도하는 ‘3강’ 체제로 재편된다.

현재는 1위 사업자 KT(IPTV)와 KT스카이라이프 합산 점유율이 31.1%로 독보적이다. 2∼6위가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14.3%), CJ헬로(12.6%), LG유플러스(11.9%), 티브로드(9.6%), 딜라이브(6.3%) 순이다.

하지만 이번 재편으로 LG유플러스·CJ헬로 합산 점유율이 24.5%,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산 점유율이 23.9%가 돼 1위 KT와의 점유율 격차가 6%포인트에 불과한 3사 경합 국면이 된다.

유료방송의 합종연횡 이유는 전통적 방송 매체 이용이 정체한 상황에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서비스 이용이 급증, 시장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애플, 아마존, 디즈니, AT&T 등이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케이블TV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고, 통신사 IPTV 역시 가입자·매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와 맞서기 위해 시장 재편 필요성이 대두됐다.

경쟁사들이 세를 불릴 동안 KT는 발이 묶인 처지다.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지만,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잠정 중단한 상태다.

KT는 지난달 조회공시에서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KT는 대신 디스커버리 제휴, AI(인공지능) 기반 IPTV 서비스 개편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기부·방통위 절차는

유료방송 M&A가 공정위 승인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앞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가 남아 있다.

과기부와 방통위는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 등을 고려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심사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지난달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 최기영 장관이 “(정부 심사가) 많이 늦어지지 않도록 살펴보겠다”고 한 만큼 남은 절차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는 방송법상 유료방송 최다액 출자자가 변경됨에 따라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과 시청자 권익보호 등을 분석해 결정을 내린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과기부는 티브로드 같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허가나 변경허가 시 방통위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방통위는 이달 1일 전체회의에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사전동의 심사 계획안을 공개했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및 공익성 실현 가능성 ▲방송 프로그램 기획·편성 등의 적절성 ▲지역적·사회적·문화적 필요성 등 ▲재정 및 기술적 능력 등 6개 사항에서 심사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개별 심사항목을 평가하고, 이 결과를 고려해 사전동의 여부 및 부과조건 등을 의결해 과기부에 통보한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의 경우에는 방통위 사전 동의 절차가 필요 없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달 1일 과기부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인수 건에 대한 사전동의 의견을 냈다.

과기부는 방통위의 의견까지 검토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과기부는 이에 더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기간통신사업자 공익성 심사, 최대주주 변경 인가도 진행한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기일을 내년 3월 1일로 예정하고 있다. 사전동의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LG유플러스는 연내 인수가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이번 결론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시 알뜰폰 매각조건을 부여하지 않았고, 과기부에 알뜰폰 이용자 보호 방안을 주문하지도 않았다.

■통신사 위주 콘텐츠·망 투자 계획…소비자 선택권 제한 우려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지만, 통신 3사 위주로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되면 우선 기존 케이블 방송보다 콘텐츠·서비스 질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가입자가 확대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며 “콘텐츠 투자가 늘고 유료방송망 고도화에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보다 높은 이통사의 협상력을 바탕으로 기존 케이블TV에서 보기 어려웠던 독점 콘텐츠나 오리지널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의 ‘푹’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를 통합한 ‘웨이브’를 최근 내놨기 때문에, 오리지널 콘텐츠 분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5G 기반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로 콘텐츠 경쟁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사 위주로 재편돼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간 결합상품이 주를 이루면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티브로드나 CJ헬로 케이블TV 가입자가 각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케이블TV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통신시장 지배력이 유선상품 시장에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 시정조치에서는 IPTV 판매망에서 케이블TV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고, 케이블TV 판매망에서 IPTV 상품을 팔지 못하게 하는 ‘교차판매 금지’가 빠졌다.

KT는 “공정위가 조건부로 승인한 것은 인수나 합병에 따른 경쟁 제한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과기부와 방통위의 판단에서 경쟁 제한성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조치가 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합병이 단순한 몸집 불리기에 그칠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통신사 외 콘텐츠 제작에 특화한 업체들이 많아 지금으로서는 케이블TV 가입자가 속한 회사만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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