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원과 ‘시불가실(時不可失)’

<정세영 정치부 기자>

중국의 명의 편작이 채나라 환공에게 살갗에 병이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공은 듣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근육과 위장까지 병이 들었으나 치료하지 않아 결국 죽었다.

‘한비자’의 유로(喩老) 편을 보면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는 성어가 나온다. 천 길이나 되는 제방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는 뜻으로 작은 일이 큰 화를 불러온다는 말이다. 바꿔 생각하면 큰 둑을 지키기 위해 작은 개미구멍이라도 찾아 대비하는 중요성을 일깨운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의혹에 홍역을 치르는 광주시를 바라보며 ‘제궤의혈’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광주시는 중앙공원 1,2지구 우선협상자 선정과정에서 잘못됐던 평가 오류를 바로 잡은 결과, 우선협상자 순위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작은 개미구멍을 찾아낸 선제적 적극 행정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심사 내용과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를 받지 않기로 한 공고 규정을 광주시가 스스로 어기면서 또 다른 구멍을 만들어낸 꼴이 됐다. 공들여 쌓고 있던 민간공원 사업이란 둑이 한 순간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시정 전반도 흔들리고 있다. 민간공원 의혹 관련, 지난 9월부터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시청 압수수색, 국장급 공무원 구속 등 연이은 악재가 터지고 있다. 최근에는 간부공무원 2명에게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는 등 후폭풍은 진행형이다. 시청 안팎은 민간공원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잠식하고 있는 모양새다. 곳곳에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검찰 수사에 있어 갖가지 억측까지 난무한다.

내년 6월까지 가시밭길이 예고됐지만 광주시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민간공원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이 사업은 ‘도심 속 허파’인 공원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난개발이 우려되는 공원 해제를 막으려면 공원일몰제 해제 시한인 내년 7월 이전까지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마쳐야 한다. 시간은 지금도 째깍째깍 흐르고 있다.

시불가실(時不可失)이라고 했다. 한 번 지난 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공원 지정 해제를 막는 일, 광주시가 강조했던 적극행정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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