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남도일보 이사대우, 정치·총괄데스크>
1년 3개월만의 포옹은 보기 좋았으나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지난 25일 광주시청에서 공식적으로 만났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이날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에 앞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발전기금과 복합혁신센터 건립 협약식을 갖고 껴안았다. 지난해 8월 첫 포옹이후 두번째다.
하지만 양 시·도 지사의 15개월만의 공식 만남은 당초 기대에 못미쳤다. 주요 현안에 대한 ‘통큰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광주·전남의 ‘뜨거운 감자’인 광주 군(軍)공항 이전 문제는 서로 비껴갔다. 아니 너무 뜨거운 만큼 아예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아니다.
시·도지사는 군 공항 이전과 관련,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국책사업이라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정부 주도아래 추진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원론적인 합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광주·전남의 핵심 현안을 정부(국방부)에 떠넘기는 인상마저 줬다.
이날 이 시장은 광주와 전남이 같은 마음으로 번영의 미래 시대를 열어가자는 뜻으로 ‘동심만리’(同心萬里)를 화두로 던졌다. 김 지사는 한 뿌리이자 한 몸이었던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의미로 ‘관왕지래’(觀往知來)를 강조했다. 그러나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서는 이 시장이나 김 지사나 모두 손에 피를 묻히려고 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부담감 때문인지 몰라도 그야말로 동상동몽(同床同夢)이다. 이날 시·도지사의 공식 만남은 지난해 7월 민선 7기 출범 당시 외쳤던 ‘광주·전남 한뿌리’란 구호만 재연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군 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 단 한발짝도 떼지 못한 꼴이다. 이미 이 시장과 김 지사는 지난 3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군공항 이전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국책사업이다”며 “양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방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건의했다. 정 장관은 “군공항 이전문제가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전남지역 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를 대상으로 한 주민 설명회가 무산된데다 ‘군 공항 이전 저지 조례’까지 만들어 반대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마당에 국방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시·도지사 회동은 광주·전남 상생을 위한 큰 틀의 통큰 합의는 없었지만 해묵은 현안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광주·전남 지역 갈등 요소로 꼽히는 혁신도시 공동발전기금 조성을 위해 공동 용역을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른 조처를 이행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혁신도시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복합혁신센터 건립에 적극 협력하고 2021년까지 지방비를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광주 인공지능 중심도시 조성, 전남 블루 이코노미 등 핵심 산업 추진에 인적·물적 교류와 행정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혁신도시 시즌 2 공공기관 추가 이전 공동대응을 비롯해 ▲광주 하남∼장성 삼계 광역도로 사업 ▲광주 삼도∼함평 나산 광역도로 사업 ▲광주∼고흥 우주센터 고속도로 사업 ▲호남고속도로 삼례IC∼광주TG 확장 ▲2020 전남 국제 수묵 비엔날레 성공개최 협력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성공개최 협력 등도 성과로 꼽히고 있다.
이날 시·도가 합의한 상생방안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큰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용섭 시장과 김영록 지사는 실무진이 해결하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을 함께 풀어야 한다. 군공항 이전 등 시·도지사에게 영원히 짐으로 남을 주요 현안까지도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닌 동상동몽(同床同夢)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광주·전남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건설과 한전 유치 등 통큰 합의를 이뤄낸 박광태 전 시장과 박준영 전 지사 등의 사례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이 시장과 김 지사의 탁월한 능력과 혜안(慧眼)을 믿기 때문에 주민 협의를 전제로 광주·전남 상생발전을 위한 통큰 양보와 합의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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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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