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지 맞아?”…마을 어귀에 안내판만 덩그러니

<기동취재>국내 최대 규모 장흥 신북 구석기 유적 ‘방치’
“유적지 맞아?”…마을 어귀에 안내판만 덩그러니
추가 발굴조사·국가 사적지정 수십년째 지지부진
당국 문화재 인식 부족·주민 재산 침해 논란도 ‘한몫’
 

28일 오후 전남 장흥군 장동면 북교리에서 만난 김상원(81) 전 재광장흥군향우회장은 “신북 구석기 유적지나 유물의 보존·발굴과 자원 활용 등 사후 조치가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신북유적은 마을 어귀에 안내판만 덩그러니 세워진 채로 방치되다시피 한 실정이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하늘에서 바라본 전남 장흥군 장동면 신북 구석기 유적지./장흥군 제공

“우리나라와 동북아시아 후기 구석기시대를 살펴볼 수 있는 유물들이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28일 오후 전남 장흥군 장동면 북교리에서 만난 김상원(81) 전 재광장흥군향우회장은 신북 구석기 유적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흥 신북유적이 최초 발견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유적지나 유물의 보존·발굴과 자원 활용 등 사후 조치가 소홀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신북유적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구석기문화와의 비교 연구에 귀중한 학술자료로 평가되고 있다”며 “조속히 추가 발굴조사와 함께 문화유산이 보존·전승될 수 있도록 구석기 유물 박물관 건립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구석기시대 유적지인 장흥 신북유적은 지난 2002년 국도 2호선 장흥~장동간 도로 확포장 공사과정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지난 2003년과 2004년, 2009년, 2015년 이뤄진 4차례 발굴조사에서 3만점 이상의 석기, 토기 등이 발굴되는 등 국내 구석기 유적 가운데 유물 밀집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물 연대는 2만2천년 전으로 후기 구석기시대 석기발달과정과 동북아시아 후기 구석기 문화의 연관성을 풀어줄 수 있는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냥과 채집을 위주로 구석기 생활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각종 석기와 함께 신석기 이후에야 사용된 것으로만 알려져온 간석기(갈아 만든 석기)의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돼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장흥 신북유적은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8년 전남도 기념물 제238호로 지정됐다. 기념물 지정 면적만 7만585㎡에 이른다.

하지만 장흥 신북유적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이날 본보 취재결과, 장흥 신북유적은 마을 어귀에 안내판만 덩그러니 세워진 채로 방치되다시피 한 실정이다. 안내판 주변에는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발굴된 유물도 조선대 박물관과 중앙박물관 등에 분산 보관 중이다.

장흥 신북유적의 보존과 추가 발굴을 위한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고고학계가 추산한 전체 면적 13만2천231㎡ 중 발굴 면적은 1만9천834㎡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전남도와 장흥군은 최근 몇 년간 관련 예산을 한 푼도 세우지 않았다.

전남도와 장흥군이 지난 2008년부터 추진 중인 국가 사적지정도 보류 상태다. 마을 주민 상당수는 건축행위 제한에 따른 사유재산 피해로 국가 사적지정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사적지 지정구역 외곽 경계로부터 500m 내에 장동면소재지 대부분 건축행위가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흥군 관계자는 “현재 국가 사정지정에 대해 마을 주민 80% 가량이 반대하고 있다”면서 “주민 설명회를 개최해 사적지정 추진여부를 검토하고 전시관 건립은 많은 예산이 소요되므로 사적지정 이후 국비를 확보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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