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전남과학대 교수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겨울의 불청객 ‘뇌졸중’
김은성(전남과학대 교수)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몇 번의 겨울비와 함께 겨울이 성큼 도착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옷 매무새를 한 번 더 여미고, 부쩍 길어진 밤에 한 동안 이 겨울과 함께 해야겠구나싶다. 이런 날씨 변화는 마음도 움츠리게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혈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급격히 추워진 온도변화에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데 심하면 사망에 이르거나 심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뇌졸중이 그것이다. 이러한 뇌졸중은 뇌혈관 질환이라고도 하는데,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 또는 허혈성 뇌혈관 질환과,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 또는 출혈성 뇌혈관 질환으로 나뉜다.

2017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전체인구의 1.8%가 뇌졸중으로 진단받았으며 남성의 발병률이이 여성에 비해 약 2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 이는 고혈압, 당뇨, 흡연, 과음, 고지혈증 등 고위험군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 높은 가능성을 보이기 때문에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주의해야 한다. 한국인 단일 질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뇌졸중은 길을 걷다 부자연스럽게 쓰러져 의식이 없거나 말을 더듬거나 못하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무조건 119를 불러주자. 본래 정확한 진단은 CT로 뇌혈관을 촬영하여 판독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실생활에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상황만 인식한다면 여러분도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보통 다음 3가지 증상 중 한 가지라도 나타나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70%가 넘는다.

- 한쪽 마비 : 팔이나 다리 어느 한 쪽의 힘을 쓰지 못한다. 증세가 심해지면 얼굴을 포함해 마비된 쪽 반신 전체가 마비된다.

- 구음 장애 : 생각한 대로 말이 잘 안 나오고 발음이 어눌하다. 보통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할아버지, 코카콜라 등)으로 시켜보고 평소와 다르게 발음이 되는지 살핀다.

- 얼굴 마비 : 얼굴 한 쪽이 처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물을 마시는데 한쪽으로 흘린다던가 말을 하는데 침을 흘리는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뇌졸중은 증상 발생 3시간(최대 4시간 30분)의 골든타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을 경우, 뇌졸중 증상이 없던 것처럼 만들 수도 있다. 5대 증상인 한쪽 마비, 구음 장애, 얼굴 마비, 보행 장애, 갑자기 발생하는 극심한 두통이 있다면 뇌혈관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즉시 내원하여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잠깐 마비가 생겼다가 바로 괜찮아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와 같은 증상을 ‘일과성 허혈 발작’이라고 한다.

일과성 허혈 발작은 뇌경색이 올 수 있다고 경고 또는 전구증상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일반인들은 뇌졸중이 저절로 치유되었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혹은 몸의 신호를 묵과하지 말고 평소와 다른 이상을 감지한다면 바로 내원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만취와 뇌졸중 발작 상태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혈압 있는 사람이 갑자기 너무 많이 팍 취한 듯 하며 심신 상실일 때에는 그냥 취했다고 간과하지 말고 119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그 전에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추워질수록 몸의 근육을 깨우는 것이 우선이다. 꾸준한 운동도 좋지만 야외 활동을 할 때에는 우리의 몸이 갑작스러운 낮은 온도에 적응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가벼운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이 필수임을 잊지 말자. 또한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수분 섭취를 늘린다. 나트륨은 혈전 형성의 주범이 되어 뇌로 가는 혈압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과식을 하게 되면 나트륨과 함께 기름진 음식도 많이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싱겁게 먹고 과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이다. 담배나 음주 또한 너무 많이, 너무 자주 할 경우 뇌졸중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새해가 되면 늘 자신과의 약속과 신년계획을 세우느라 바쁘다. 늘 빠지지 않는 만년 공통의 계획이 있다면 금연, 금주, 다이어트 등이 아닐까. 신년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송년계획을 세워 올 한해를 멋지게 마무리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추운 겨울, 웅크리고 새해가 오기를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이 시간이 생각보단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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