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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74)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74)

4부 정묘호란 1장 다시 백척간두에서 (474)

마침내 이괄의 난 평정의 논공행상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회맹(會盟:임금이 짐승을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짐승의 피를 나누어 마시며 단결을 맹세하는 행사)의 날이 밝았다.

도원수 장만이 충훈부의 회맹단 앞에 무장들을 데리고 나가 임금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임금이 3정승과 6조판서와 각 영의 장신(將臣) 및 공신들을 앞뒤에 세우고 회맹단에 올랐다. 왕이 지켜보는 앞에서 장정 셋이 백마의 목을 따서 즉석에서 피를 사발에 가득 받았다. 장만이 그 잔을 받아 높이 들어 하늘에 대고 군신간의 신의와 충성을 다짐하는 맹세를 했다.

뒤이어 삽혈(서로 맹세할 때 짐승의 피를 나누어 마시거나 입 주변에 피를 바르는 일) 절차가 시작되었다. 왕이 맨먼저 삽혈 잔을 받았다. 흰 사발에 가득 담긴 백마의 피가 유난히 짓붉었다. 왕이 삽혈 잔을 들고 특별히 정충신을 앞으로 불러냈다.

“왕은 일찍이 원훈 이외의 신하와는 삽혈을 안하는 법이니, 충신이 원훈의 준례대로 과인과 삽혈을 하자.”

임금이 백마의 피를 직접 마시지는 않고 입가에 빨갛게 찍어 바르고, 사발을 정충신에게 내밀었다. 정충신이 잔을 받아 말의 피를 벌컥벌컥 마시고 입 가장자리에 피를 가득 발랐다. 정충신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왕은 세 사람에게 1등 공신을 주었으나, 이로써 원훈은 정충신임을 분명히 한 셈이었다. 뒤이어 왕이 1등 공신에게 단서철권(丹書鐵券:쇠판에 지워지지 않게 朱書하여 대대로 죄를 면하게 하는 증명서)을 수여했다. 이때 장만은 옥성불원군, 정충신은 금남군, 남이흥은 의춘군으로 봉해지고, 이의 증명서인 교서를 받았다. 2등부터는 도승지가 공신 녹권(錄券)을 주었다. 3등까지 시상을 하자 왕이 3등 공신 지계최를 따로 불렀다.

“금남군으로부터 그대의 전공을 들었다. 그대의 녹훈은 비축한 바가 되었으니 섭섭해하지 말지어다. 과인이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지계최가 엎드려 절하고, 정충신을 향해서도 읍했다. 고맙다는 의사 표시였다. 충훈부 주최로 공신 연회가 열렸다. 원종공신(原從功臣:국가나 왕실의 안정에 공훈이 있는 正功臣 외에 왕을 隨從해 공을 세운 사람에게 준 칭호. 정공신의 자제 및 사위, 그 수종자들에게 주로 녹훈되었다)까지 불러서 연회를 열었는데, 군신 상하가 백마고기와 함께 대취하여 다음과 같이 외쳤다.

-산호산호(山呼山呼) 복산호(復山呼)! 주상전하 천만세!

행사를 마친 며칠 후인 팔월 초사흩 날, 인조가 도성에 머문 정충신을 불렀다.

“그대가 원훈을 사양하며 장만 도원수에게 공을 돌리니 다른 장수, 문신도 더 이상 탐심을 보이며 덤비지 않았다. 참으로 그대의 지혜가 깊도다. 이괄의 공신 책봉 때 그대가 내 곁에 있었다면 그런 사단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그대가 내 곁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지만 전하, 이런 때일수록 변방을 굳건히 지켜야 합니다. 저는 직업군인인지라 변경에 있어야 합니다. 정치는 주상 전하와 명신들이 해야 하고, 군인은 군인의 길을 가야 합니다.”

“그래도 그대가 곁에 있으면 과인 마음이 든든하겠다. 궁궐을 지키는 것이 더 큰 일이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지만 신은 밖을 지켜야 합니다. 신의 소임은 밖을 단단히 지켜 안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 임무이옵니다.”

왕이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도승지와 병조판서를 불러 명했다.

“정충신을 평안도 병마절도사 겸 영변대도호부사(寧邊大都護府使)로 임명한다. 이괄의 직책이다. 서북지방의 국방 중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정충신은 능히 이 직책을 수행할 것이다. 정충신은 이를 받아야 할 것이다.”

“상감마마, 주역에 따르면, 욕심이 과하면 도적이 된다 하였고, 시경에 따르면 ‘화려한 의복이라도 몸에 맞지 않으면 도리어 행색이 초라하다’고 하였나이다. 신이 어찌 분수를 헤아리지 않고, 중책을 맡을 수 있겠나이까. 나중에 일을 그르치고 나라를 욕되게 하면 한미한 집안 출신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그리된 자라 하는 비난을 듣기 십상입니다.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저와 같은 처지의 자식들에게도 대못질을 하는 일이옵니다. 거두어 주십시오. 성상의 은총만을 오래도록 간직하겠나이다.”

“그러니 잘하면 된다. 한미한 집안의 자제들에게도 용기를 주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도원수의 조언이다. 지금 아비의 죽음을 보고 후금으로 도주한 한명련의 아들 윤이란 놈이 있다. 그는 후금의 왕에게 하소연한 바, 조선 왕실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왜란보다 호란이 더 두렵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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