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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75)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75)
5부 정묘호란 1장 다시 백척간두에서 (475)

한명련의 아들 윤은 아비의 목이 달아나자 그 길로 장졸 다섯을 데리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압록강을 건넜다. 그리고 후금의 왕자를 만나 이렇게 읍소했다.

“지금 조선은 후금을 적으로 삼는 인조 무리가 후금과 친교를 맺은 광해군 정부를 전복하고 집권했습니다. 이의 부당성을 알고 저희 선친 괄 장군이 혁명을 일으켰으나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아비는 목이 잘리고, 아비를 따르는 장수들 또한 도륙을 당하고, 나머지도 효수를 당했습니다. 조선이 명을 따른다면 후금은 궁둥이에 불을 달고 있는 형국입니다.”

윤을 맞은 탕고대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 새끼들 세작들 아닌지 몰라. 몰래 들어와 투항하는 모습을 보면 꼭 쥐새끼들 같다니까. 모두 잡아가두라.”

탕고대는 누르하치의 다섯째 아들이다. 머리는 없으나 용감무쌍하여 언제나 전쟁의 맨 선두에 나서기를 좋아했다. 그는 조선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갖고 있었다. 누르하치의 다섯째 아들 망고이태 역시 투항한 한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네가 바로 이괄의 아들이라고 했나?”

“그렇소이다. 아비가 억울하게 죽었소이다.”

“그래서 우리더러 너의 원수를 갚아달라는 것인가.”

“꼭 그것만이 아니올시다. 인조와 서인 세력이라는 금수(禽獸)들이 후금과 친하게 지내는 광해를 치고, 역란을 일으켜서 친명배금(親明背金)을 하고 있소. 귀국은 명을 치기 위해 전력을 비축하고 있는 바, 꽁무니에 불을 달고 있는 형국이 되었으니 하루인들 마음놓고 전진할 수 있겠소?”

“시끄럽다. 조국을 배신하는 놈은 언제 어느때든지 배신할지 모른다. 저놈을 당장 체포하라.”

그때 홍타이지가 나섰다.

“형님들, 그럴 것 없습니다.”

홍타이지는 한자로 황태극이고, 누르하치의 여덟째 아들이다. 그는 조선의 정충신과도 친밀하게 지냈던 사이였으나 서역 정벌로 수년간 교류가 끊긴 상태다. 탕고대가 성질을 내서 말했다.


“홍타이지, 넌 아직 모른다. 이괄이란 자는 영변대도호부에서 우리를 노렸던 자이다. 인조반정 때 김류, 이서, 이귀 따위가 거사할 때 맨 선두에 서서 광해를 무찌르고 일어선 사람이야. 그런데 녹훈이 섭섭하다고 영변으로 나가더니 군사를 이끌고 역성 혁명을 일으켰다. 그런 놈의 자식이 여기 왔다고 우리가 받아주면 되겠나?”

맞는 말이었다. 의리가 없는 놈은 끝까지 의심해야 한다. 광해를 물리치고 역성혁명을 일으켰다면 후금에 대한 인식도 나빴을 것이고, 실제로 후금을 노리는 영변대도호부에 들어와 장수로 복무했다. 언제든지 후금과 붙을 수 있는 자였다.

“정충신의 자식이거나 그의 부하라면 봐줄 수 있지만, 이괄의 자식이라니 보아줄 수 없다. 우리가 쓰레기들을 받아주는 하치장이 아니란 말이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홍타이지가 나섰다.

“형님들 내 생각 좀 들어보시오.”

그러면서 부관에게 윤과 그 졸개들을 포승줄로 묶어서 영창에 집어넣도록 하고 형제간에 머리를 맞댔다.

“형님, 그것이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전쟁이나 외교란 명분이 아니라 실리입니다. 윤의 약점을 우리가 이용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탕고대가 물었다. 홍타이지가 대답했다.

“인조란 놈이 역성혁명의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을 되찾으면 필시 우리 후금을 노릴 것이오. 어차피 그들의 국가정책이 친명배금인 만큼 우리와는 화약도, 동맹도, 형제지국의 맹약도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오. 그는 이미 명에게 충성하겠다는 명분으로 광해를 쳤으니, 우리와 친한다면 그들의 역성혁명의 명분이 약해질 것이오. 조선이란 나라는 명분론에 빠져있는만큼 절대로 우리와 맹약 같은 것을 허하지 않는단 말이오. 계속 야만족으로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지 않소. 그러니 이자를 이용합시다. 강홍립이랑 함께 앞세워 조선을 정리하고 명에 대처합시다.”

듣고 보니 그럴싸했다. 역시 홍타이지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후에 청나라를 세워서 태조 누르하치에 이어 태종(2대) 황제로 등극한 것이었다.

“저놈들을 앞세워서 조선을 청소해버려야 한단 말이지?”

넷째 탕고대와 다섯째 망고이태가 동시에 말하고 껄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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