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민주당·전남지사·총리, ‘여순사건특별법’ 적극 나서야
 

2년 반 넘게 국회에서 표류 중인 여수·순천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보상과 관련한 특별법(여순사건특별법)이 끝내 제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달 2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대상 목록에서 제외돼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로 70여 년 피맺힌 한을 간직하고 살아온 여순사건 유족들의 가슴 속은 더욱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5·18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4·3특별법 개정안도 추후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은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미래당이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겨우 형식적인 반응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명의 국회의원에 의해 발의된 여순사건특별법은 현재 138명이 동의한 상태다. 전체 의원의 46.8%로 의결 정족수에 10명이 모자라다. 정당별 발의 동의 의원은 민주당 70.5%(91/129), 한국당 1.9%(2/108), 미래당 85.7%(24/28), 평화당 100%(4/4), 정의당 83.3%(5/6), 민중당 100%(1/1), 무소속 64.7%(11/17)에 이르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여순사건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38명의 의원이 발의에 동참하지 않은 상태로 당론은 ‘말잔치’일 뿐이다. 유족회와 시민사회가 지난 9월 9일부터 매일같이 비바람과 추위를 무릅쓰고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비롯해 행안위원을 중심으로 의원 면담과 설득을 수없이 진행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무관심과 방치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지난 달 28일 법안소위 회의장으로 가던 중 여순사건 특별법 상정을 요청하는 유족과 시민사회의 호소에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하지마세요. 왜 이러세요”라고 소리치며 유가족 할머니의 손을 뿌리쳤다. 이후 해당 장면이 TV에 보도돼 논란이 일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향후 국회 의원회관이나 지역사무소에서 차분히 여순사건 법안의 상정이나 심사 방향을 설명드리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권 의원을 향한 누리꾼들의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결국 다음 날 입장문을 내 “상황이 어떠하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경청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켜보시는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방해’ 폭로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광주의 딸’이라는 칭호(?)까지 받고 금배지까지 단 권 의원이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눈물을, 유족들이 내민 손길을, 그 간절함을 매몰차게 뿌리친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그런데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달 26일 4·3유족회장, 4·3평화재단 이사장과 함께 국회를 찾아 행안위 법안소위 이채익 위원장을 만나 “여야 대치정국이 해소 되는대로 4·3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최대한 빨리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 받았다.

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달 2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4·3관계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국회 계류중인 4·3특별법 개정안이 연내에 통과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12월 총리 교체설을 의식해서인지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임기내 통과할 수 있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2017년 5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순사건에 대한 견해’를 묻는 윤후덕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여순사건은 4·3사건과 마찬가지로 현대의 굴곡진 사건이다”며 “4·3사건 보다 여순사건의 해결이 더딘 것은 특수한 게 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바 있다. 이후에는 여순사건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한바가 없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2017년 7월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4·3 완전 해결’을 약속했다. 이어 25일에는 이낙연 총리가 6년6개월 만에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총리는 또 올해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추념사를 낭독했다.

국회 행안위가 4·3특별법 5개를 우선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여순사건특별법이 후순위로 밀리고, 결국 찬밥 신세가 됐다. 똑같은 역사적 아픔인 4·3사건은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왜 여순사건은 차별하고 무시하는 것인가. 이제라도 민주당은 전력을 다해 여순사건특별법의 법안소위 심의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한 민주당 전남도당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을 중앙당과 국회에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아울러 이낙연 총리도 유족들의 70여 년 통한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