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영옥 광주FC단장의 ‘아름다운 퇴장’
2년안에 1부 승격 약속 지키고 사퇴
5년 재임동안 보수로 유소년 축구 지원
“고향 임곡에 거처마련 당분간 휴식”

4일 광주 서구에서 기영옥 단장이 기자감단회를 마치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

“내 임무는 다했다. 여기까지 온 것에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광주FC가 계속해서 1부 리그에서 잔류해 우승은 물론 아시아챔피언스리그도 나갈 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5년간 광주FC를 이끌어온 기영옥 단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4일 기 단장은 광주 서구 한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갖고 사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기 단장은 1971년 서울 경성중학교, 금호고, 전남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뒤 실업팀인 국민은행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했다. 은퇴 후 1983년 금호고 축구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고종수, 윤정환, 김태영 등 걸출한 선수들을 키워냈다. 이후 광양제철고, 일본 SBS컵 국제축구대회 대표팀, 17세 청소년대표팀 등을 맡아 지휘했으며 전남축구협회 부회장, 대한축구협회 이사, 광주광역시축구협회 회장, KBC 축구해설위원 등을 역임하며 30여 년간 축구계에 몸담았다.

지난 5월 20일 서울이랜드와의 경기 후 기영옥 단장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광주FC 제공

특히 2010년 광주의 창단과정에서도 광주시축구협회장으로서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광주FC 단장으로 취임해 광주의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무엇보다 유소년축구 육성에 앞장섰다.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광주의 미래를 위해서는 유소년축구를 육성해 프로까지 연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단장은 취임 당시 받게 될 보수 전액을 광주 유소년 축구 발전에 써달라는 뜻을 밝혔고, 현재까지 무보수로 단장직을 맡아왔다. 이를 통해 기단장은 부임 당시 광주가 안고 있던 15여억 원의 부채를 모두 해결했고, 1부 승격을 일궈냈다. 성적뿐만 아니라 광주의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기 단장은 퇴임 후 당분간 축구계를 떠난다. 자신의 고향인 광주 광산구 임곡동에 거처를 마련해 은퇴 후 삶을 즐길 예정이다.

그는 “20여 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한시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건강도 그렇고 몸도 쉬어야 한다”며 “일단 먼저 (기)성용이한테 가고 싶다. 손녀가 가장 보고 싶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뒤도 돌아보고 여행도 가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승격보고회에서 기영옥 단장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광주FC 제공

홀가분한 표정이었지만 한편에 자리 잡은 미안함 마음도 표현했다.

기 단장은 “개인적으로 정원주 대표에게 미안하다. 그분의 제의로 광주에 왔고, 함께하면서 인간적으로 정도 많이 들었다”며 “정 대표도 많이 만류하셨지만 그 뜻을 따르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다. 그 마음을 계속 가지고 갈 것 같다. 다 끝나고 찾아뵐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 단장은 오래전부터 사퇴를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는 “광주가 강등된 이후 승격을 하게 되면 그만둘 생각을 했었다”며 “1부 승격도 이뤘고, 전용 경기장도 건립됐기 때문에 내 역할을 다 한 것 같다”고 답했다.

마지막까지도 광주를 향한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기 단장은 “윗분들께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고, 프런트도 열려있는 생각으로 팀을 운영하길 바란다”며 “책임자가 장기적으로 생각해서 유소년팀부터 철저히 육성을 중심으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 시민 프로축구단이 역사는 짧지만 오늘 같은 희망을 심어줬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시민들께 감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는 기영옥 단장이 사표를 제출했지만 당분간 수리하지 않고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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