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사설-지자체, 무분별한 공공조형물 건립 자제를

광주시와 전남도를 비롯한 일선 지자체들이 충분한 검토없이 공공조형물을 우후죽순처럼 세워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의 공공조형물은 총 6천287점으로 제작비용만 1조 원이 넘는다. 6년 전보다 3천여개가 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조형물이 전국 방방곡곡에 세워지고 있는 셈이다. 무분별하게 세워진 조형물은 흉물로 변하는가 하면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철거되는 등 시민 혈세를 투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조형물의 건립을 자제해 세금 낭비를 줄여야 한다.

광주시는 31억 원을 들여 무등산을 형상화한 가로 74m, 높이 8m의 대형 조형물 ‘무등의 빛’을 내년 4월까지 장성 남면방향 고속도로 광주톨게이트에 세울 계획이다. 전남도는 조형물 건립을 위해 지난 8월 전남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연구용역을 시작했고, 용역결과는 내년 1월께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전남도 청사 앞에 설치된 기존 조형물이 소통과 미래 등 의미가 무색할 만큼 유명무실한 상태에서 또 다시 건립을 추진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신안군은 바둑의 고향임을 알리기 위해 가로 42㎝, 세로 45㎝, 두께 5㎝의 황금 바둑판을 제작하기 위해 해마다 63㎏씩 3년간 총 189㎏의 순금을 사들일 예정이다. 2022년 12월말까지 순금 189㎏을 매입하려면 금 시세 기준 100억여 원의 거금이 필요하다. 치밀한 지역 여론 수렴이나 타당성 분석 없이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해 조형물을 만들려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자 ‘예산 낭비의 전형’이 아닐수 없다.

지자체들이 조형물 건립에 혈안인 배경에는 단체장들이 임기 중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조형물을 세워만 놓으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 때문이다. 지자체의 과욕과 전문성 부족으로 귀중한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만들어진 조형물은 지역의 이미지와 상징성을 표출하고 도시 미관을 돋보이게 한다. 즉 주민정서와 주변환경, 의미와 가치, 조형성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상징성을 획득하고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주민 의견수렴을 거치고 심의를 강화하는 등 조형물 설치를 매우 까다롭게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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