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위서 마련한 ‘수상한 간담회’ 의도적 방해 의혹만 증폭

여순사건 유족 ‘두 번 울리는’ 전남도의회
기행위서 마련한 ‘수상한 간담회’ 의도적 방해 의혹만 증폭
예산도 전액 ‘싹둑’…71주기 맞아 국회 특별법 제정 우려

여수·순천 10·19사건 71주기를 맞아 국회 특별법 제정에 대한 지역사회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에 힘을 써야 할 전남도의회 해당 상임위가 의도적인 방해 의혹이 불거지는 등 뒷짐만 지고 있어 여순사건 유족들에게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5일 전남도의회와 여순사건 유족들에 따르면 현재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지원’에 관한 단독 조례가 없고, 한국전쟁 전후 수 없이 발생한 민간인 희생사건에 포괄적으로 ‘여순사건’을 포함하고 있다.

상위법인 여순사건 특별법은 아직까지 제정되지 않았지만, 도의회에서 단독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이미 전남도의회 58명 중 51명이 공동으로 ‘여수·순천 10·19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 2월 발의됐지만, 5월 이후 상정조차 되고 있지 않다.

이는 해당 상임위인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의 반대가 가장 큰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유족들과 전남시민단체연대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도의회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가 기획행정위 의원들의 찬반 의견속에 계속 보류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 공개질의서를 통해 의원들의 찬반 의견을 확인하겠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기행위에서는 이러한 의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3일‘전라남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지원 조례’에 관한 의견수렴 간담회를 마련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취지가 그럴사 해 보였지만, 이번 간담회는 오히려 여순사건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이날 간담회는 관련 유족회와 각계 의견 수렴의 취지였다던 의도가 의심스럽기만 했다.

우선 간담회 초대 대상 선정부터가 ‘수상’했다. 여순사건 관련 유족들과 한국전쟁 관련 유족들을 함께 자리하게 했다. 여기에 시민단체나 관련 전문가는 아예 참석 명단조차 없었다.

이날 여순사건 유족들은 유족들 입장대로, 다른 한국전쟁 희생자 유족들은 유족들 입장대로 발언을 이어나갔다.

간담회의 형식이나 내용이 여순사건 단독 조례 제정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간담회는 실익 없이 서로의 입장차나 갈등만 표출되는 등 앞으로의 문제 해결에 험로만을 예고하는 꼴이 됐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논평을 통해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의견수렴이라면서 간담회를 개최한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아주 형식적이지만 간담회를 개최했고, 거기에서 한국전쟁유족회 측의 의견이 중론이라는 빌미로 여순사건 단독 조례를 무산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해당 상임위인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형평성’을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자치행정국 2020년도 예산안 심의에서도 여순사건과 관련된 예산 2억여원을 전액 삭감하고, 여순사건 유족 증언 녹화지원 8천만만 신규로 예결위에 넘겼다.

전남도의회 한 의원은 “형평성을 논리로 따지자면 농민수당의 경우도 지급되지 않아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전남도의회의 단독 조례제정도 안 되고, 관련 예산도 해당 위원회에서 삭감되는 상황 속에 특별법 제정은 또 다시 물건나 갈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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