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사설-국회 본뜬 전남도의회의 ‘끼워넣기’ 예산

전남도의 내년도 예산안이 전남도의회 본회의에 상정돼 12일 처리된다. 전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8조1천500억 원 규모의 전남도 2020년 예산안을 심의해 49건 45억9천만 원을 삭감하고, 53건 45억5천만 원을 증액해 의결했다. 하지만 애초 예산안에 없던 이른바 ‘끼워넣기’ 예산안이 증액된 예산안의 절반이 넘는 27건에 달해 누더기 예산안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초 예산안에 없다가 신규로 반영된 예산안은 농기계 종합보험 3억 원, 읍·면·동 민원인 PC보급 1억4천만 원, 차세대 개인 비행체 실증 테스트베드 연구용역 1억 원, 2020 문화가 있는 날 지자체 보조사업 1억 원, 청년창업농장 1억 원, 도서지역 물양장시설 공사 3억 원 등이다.

반면 당초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사업은 제5회 대한민국연극제 6억 원을 비롯해 F1경주장 청소년특화시설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2억 원,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위령사업 기본계획 수립용역비 1억 원, 남도 단품요리 개발 및 식도락여행 상품화 1억 원, 폐사가축 사체처리기 지원 9천만 원, 여수·순천 10·19사건 TV역사프로그램 제작 지원 8천만 원, 한부모가족 자녀 지원비 2천400만 원 등이다. 또 전남도랜드마크 조형물 조성비 10억 원 중 9억 원, 역사문화공원 확장조성비 10억 원 중 5억 원, 제8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개최지원 3억 원 중 1억 원, 통합의학박람회 개최 6억 원 중 1억원이 각각 삭감됐다. 상임위에서 ‘밥그릇·제식구 챙기기’ 논란을 빚었던 어린이집 반별 운영비 지원예산안은 증액 없이 원안대로 17억7천만 원이 반영됐다. 과도한 예산 증액에다 해당 상임위 의원 부인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이해충돌 금지 의무 위반 논란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처럼 관행화되다시피 한 전남도의회의 끼워넣기 예산안이 난무하는 걸 막을 방도는 없다. 하지만 예산은 쓰여야 할 곳에 쓰여야 한다. 전남도의회의 끼워넣기 예산안이 수두룩하면 전남도 예산이 적재적소에 투입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그만큼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전남도가 제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된다. 전남도의회 의원들이 12일 본회의에서 전향적으로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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