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사설-선거법에 좌초된 아산초의 야심찬 계획

작은 시골학교로 전학 오는 학생 가족에게 무료로 집을 제공하겠다는 화순 아산초등학교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가 무상주택 지원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아산초가 야심차게 준비한 ‘실험’이 시작도 못하고 좌초돼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교생이 26명인 아산초는 최근 통폐합 위기에 놓이자 자구책으로 사용하지 않는 관사를 철거한 뒤 주택 2가구를 짓고 전학을 오는 학생 가족에게 제공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자연을 벗 삼아 교육할 수 있는 시골 학교로 전학을 원하지만, 정작 지낼 곳이 없어 전학을 오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전남도교육청도 1억 원 상당의 철거비와 부지를 지원했고, 화순군은 2억8천만 원 상당의 건축비를 부담해 전학생을 위한 주택 건립을 추진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화순군 선관위는 ‘사실상 무료로 집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법상 단체장은 선거구민이나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아산초 사례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지적에 따라 화순교육지원청은 아산초에 제공 주택의 건물가액 등을 고려해 학부모에게 월 60만 원의 사용료를 받을 것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학교와 학부모 측은 “월세 60만원을 내라는 것은 사실상 시골학교에 오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선 화순선관위와 화순교육청이 ‘지나치게 원칙만 따지고 있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선거법에서 ‘긴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 사업계획과 예산을 사용할 경우’ 예외적으로 기부행위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구례 청천초의 경우 ‘농촌 인구 유입은 자치단체의 긴급한 현안’이라고 판단해 주택 6가구를 지어 전학생 가족들에게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통폐합 위기를 겪는 농어촌 학교가 학생 유입을 위해 내놓은 자구책에 너무 경직된 선거법 해석을 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구례처럼 법을 조금 유연하게 해석했더라면 아산초의 경우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당장 학교에 공부할 학생들이 없는 농어촌의 현실을 행정당국이 외면해버린 처사가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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