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중 변호사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 칼럼
생각의 힘을 키워 주는 교육으로!

강신중(법무법인 강율 대표변호사)

2020학년도 수능채점결과가 지난 12월 3일 발표되어 대학입시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지금의 수능은 그 이름에 걸맞게 대학수학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기보다는 학생들에게 단순 문제풀이 기술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므로 자신의 생각은 필요치 않고 정해진 답을 빨리 찾는 시험이다. 수능이 끝나면 EBS의 수업내용 중에서 수능시험 문제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발표하고, 입시학원과 온라인 강의에서는 높은 점수를 획득할 비법을 가르쳐 준다며 학부형과 학생들의 돈과 시간을 유혹하고 있다.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버크민스터 풀러의 ‘지식 2배 증가 곡선’에 따르면 인류가 AD 원년까지 누적된 지식을 하나의 정보 단위로 취하고 이것을 벤치마크로 사용하여 인간 지식의 양이 2배가 되는 기간을 계산했는데, AD 원년의 지식 대비 2배가 되는데 1,500년이 걸렸고, 인쇄기의 발명으로 250년으로 가속화되었으며, 1900년경에는 150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25년마다 2배로 증가했고, 1982년경에는 18개월마다, 2018년에는 13개월마다, 2030년에는 3일마다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런데 IBM은 인터넷과 클라우드, 스마트폰, 유튜브의 등장으로 지금은 12시간마다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버크민스터 풀러는 13개월마다, IBM은 12시간마다 인류지식의 총량이 2배로 증가하며,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21세기의 이러한 지식의 빅뱅은 매일매일 정보가 넘쳐나고 새로운 지식의 창출속도가 가속화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알고 있는 지식의 양은 큰 의미가 없다.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 오히려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고, 필요할 때 원하는 지식을 찾아내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없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지금까지 6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고,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의 필즈상 수상자들은 생각을 길러주는 프랑스 교육시스템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프랑스의 수학시간에는 교사가 기본 개념에 대한 설명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학생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실수 없이 푸는 것보다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배우게 되고, 서술형 문제에 풀이 과정을 써야 하는데 답이 틀려도 부분 점수를 받는다.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중요성을 두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학교육의 경우 중고등학교 수학시험은 50분 동안 30문제를 푼다. 한 문제당 2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풀어야 하고 풀이 과정에서 한순간 삐끗하면 그 문제는 0점이 된다.

프랑스에서는 수학을 비롯한 모든 교육의 목적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데 있으며, 그 근원적인 바탕에 철학이 있다. 200년 전통의 프랑스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의 첫 관문이 철학이다. 4시간 동안 3개의 주어진 주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논문 형태로 작성해야 된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들이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어떤 법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인가?”, “폭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고도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

시험이 치러진 다음 날에는 그 주제가 신문에 실리며 시험문제 자체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다.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의 특징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모범답안이 없기에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한 문장도 쓸 수 없다. 프랑스 학생들은 스스로의 생각을 여러 단계를 밟아 설득력 있게 펼쳐나가야 한다. 이런 과정은 철학뿐 아니라 수학을 포함한 다른 과목을 통해서도 훈련된다.

철학시험뿐만 아니라 바칼로레아의 모든 문항은 주관식이다. 20점 만점에 10점을 넘으면 합격이고, 합격한 학생은 어느 지역, 어느 대학에나 지원할 자격을 얻는다. 무려 열흘에 걸쳐 치러지는 바칼로레아 시험에 매년 1조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지만 프랑스 국민의 79%는 바칼로레아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학생들을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올바른 시민으로 길러내자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이다.

물론 프랑스와 같은 교육방식을 유일한 대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의 문제점은 입시공부가 단지 가혹한 경쟁이나 청소년기의 정력과 시간의 소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를 싫어하게 만든다는 데에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들은 몇 개의 보기 중에서 정답을 고르는 객관식 시험이 아니다. 이미 많은 지식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바로바로 검색할 수 있는 시대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기존 지식을 활용해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를 요구한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판단력, 핵심을 파악하는 통찰력, 흩어진 지식들을 연결하는 통섭력,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 새로운 교육 프레임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우리의 미래교육은 ‘생각의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변화의 길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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