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사설-박항서 매직이 주는 교훈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지난 10일 저녁 동남아시아(SEA)경기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베트남 축구가 SEA경기 금메달을 따낸 건 60년만의 처음이다. 우승이 확정되자 베트남 국민들은 온몸에 금성홍기를 두르고 오토바이나 자동차에 올라 경적을 울리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도시를 휩쓸었다. 박항서 감독의 초상화나 태극기를 흔들며 눈시울을 붉힌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베트남 정부는 특별기를 보내 금의환향을 반겼다. 베트남 총리는 “베트남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현지 언론들은 박 감독의 일거수 일투족을 전하며 박 감독의 리더십을 재조명하고 있다. 경기도중 퇴장당한 모습을 놓고는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 닭 같았다”며 칭찬했다. 그야말로 ‘박항서 열풍’이다.

국내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광주에서는 호남대 유학 베트남 학생들이 TV로 중계되는 결승전을 봤다. 지역민들도 TV앞에 앉아 베트남 경기를 보며 응원했다. 순전히 박항서라는 한 축구지도자 때문이다. 박 감독은 ‘축구 변방’ 베트남팀을 맡아 인내와 겸손의 리더십으로 동남아 최강은 물론 아시아 정상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박 감독 때문에 한국과 베트남은 축구를 매개로 정서적으로 더 가까워졌다. 특히 SEA경기 결승전이 끝난 뒤 선수들과 베트남 응원단은 태극기를, 박항서 감독은 금성홍기를 흔드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서로에 대한 존경심에서 나온 이 모습은 우리에게도 많은 걸 생각케 한다.

올해 7월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 파문과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한 게 원인이다.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가 한 장소에서 함께 펄럭이던 태극기와 금성홍기의 장면을 오래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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