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을 위하여

임진택<우치공원관리사무소장>
 

‘동네서 좀 떨어진 작은 동물원. 아이는 신기한 듯 생글생글이다. 그리 좋은가. 손짓 발짓으로 친하려는 그 모습 참 들떴구나.’ 임재건 시인의 ‘작은 동물원’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동물원에 놀러간 적이 있을 것이다. TV나 책에서만 보던 동물을 실제로 보는 경험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도심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서 코끼리, 기린, 사자, 호랑이, 뱀 등을 볼 수 있다니.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물원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동물의 보호보다는 인간의 여가와 재미에 중점을 둔 이기심으로 지어진 시설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과연 인간과 동물의 동행은 가능한 것일까?

동물원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8세기 초 유럽에서였다. 하지만 이때는 막강한 힘을 가진 권력자들이 자기 과시를 위해 야생동물을 수집하여 전시하는 수준이었다. 이처럼 동물원은 단순 전시장으로 시작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갔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에서 인간의 편의에 맞춘 것이었으므로 동물의 행복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바야흐로 20세기 후반, 동물의 본성을 최대한 살려 서식환경을 재현하려는 동물 복지에 대한 노력이 시작되면서, 동물원은 단순 관람을 위한 위락 장소가 아닌 동물의 행동과 습성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생태 교육장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렇듯 오늘날 동물원의 역할이 변화해 가면서 동물의 서식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좁은 공간을 일률적으로 나누어 가두듯 사육하는 열악한 시설을 동물이 습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는 생태 공간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광주시 우치동물원은 동물원의 변화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고 인간과 동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태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자연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동물사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여 동물 복지 증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통해 2017년엔 물개, 수달, 물범, 펭귄이 2018년엔 표범, 재규어, 퓨마가 새 보금자리를 갖게 되었으며, 특히 올해는 악어, 거북이 등 다양한 파충류와 열대식물을 관찰 할 수 있는 파충류관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되어 내년 3월 개장을 준비 중이다. 이 밖에도 무플론사, 소맹수사, 큰물새장 등을 재단장하여 생태동물원의 면모를 갖추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호랑이사와 사자사에 전나무, 대나무, 철쭉 등 다양한 수목과 초화류를 식재하여 생태숲을 조성함으로써 동물들에게 안식공간과 은신공간을 마련해 주었고, 휴게시설인 그늘집도 설치하여 동물의 행동 풍부화를 유도하였다.

동물들은 아마도 이렇게 외칠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 주세요.’, ‘동물원의 주인은 바로 우리입니다.’ 이러한 동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선 앞서 언급한 시설적인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의 마음일 것이다.

우리나라 동물원의 경우 동물이 보이지 않으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불평을 하거나 관리자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동물원에 동물을 보러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때론 쉬고 싶고, 때론 자고 싶은 동물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차분히 기다릴 줄 아는 배려도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동물들은 태초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온 역사의 산증인이다. 우리와 함께 공존하였고 앞으로도 함께 번영해 나갈 운명적 관계란 뜻이다. 동물을 인간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한다면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이 이루어지리라 확신한다.

앞으로 동물원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혹은 존재할지, 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동물원이 종의 보존이나 교육 등의 이유로 인간의 필요에 의해 존재해야 한다면, 동물 고유의 습성과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고 동물원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죄책감이나 슬픈 감정 없이 동물들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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