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85)

5부 정묘호란 1장 다시 백척간두에서 (485)

남이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근년에는 남방의 군사를 징발하지 않았으므로 변방의 장수가 군졸이 적은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군사 징발을 해도 백성들이 도망을 가기 일쑤였다. 지방 수령들은 그럴 때마다 가축에게까지 인두세를 매겨 징세했다. 항의하면 곤장으로 다스렸다. 결국 백성들이 남부여대, 가솔들을 이끌고 정처없이 고향을 떠나는데, 대개는 변경으로 유민이 되어 들어가 살고 있었다. 군 징발을 가지고도 지방 수령 배만 불리고 있는 상황이니, 국방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백성들은 내 나라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기강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상감이 말했다.

“군졸이 적으면 끌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왕은 자주 저자거리로 자주 나가보아야 한다. 백성의 생활상을 살펴야 탁상공론이 나오지 않는다.

“군사가 적더라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장수에게 달려있다. 장수가 임기응변하기에 달려있는 것이야. 군사가 없다고 탄식만 하고 나가 싸우지 않으면 쳐들어오는 적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그러면서 왕이 정충신에게 물었다.

“안주의 군사는 몇 명인가.”

“2천명입니다.”

“전에 듣기로 6-7천명이 된다고 들었다. 그보다 삼분지 일에 지나지 않다니,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는가.”

“충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3천이면 가능합니다.”

“옳지. 장수하기 나름이라는 뜻이겠지?”

“엄폐물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야전에서 적의 사격이나 관측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는 자연적, 또는 인공적 장애물을 말하는 것이지? 그것으로 군사를 대신한다 이 말이지?”

“그렇습니다. 성 밖에 자연적인 참호가 있고, 그 앞으로 큰 강이 흐르고 있으니 수벽을 쌓은 형세라 3천을 가지고도 충분합니다.”

“강이 얼면 적이 쳐들어오기 좋은 것 아닌가.”

“겨울철에는 빙벽을 설치하여 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산성에서 얼음덩어리를 굴리면 끝장을 낼 수 있지요. 단단한 얼음덩어리를 맞으면 두상이 박살납니다.”

상감이 안이흥에게 물었다.

“연안 지방도 성을 지키는 곳인데, 경은 어떤가.”

“임진년 이후로 성을 보수하지 않아 성문이 무너지고, 옛 우물과 성곽이 모두 못쓰게 되었습니다.”

“장신(將臣)들이 성을 수리하지 않고, 적과 맞서 싸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으면 백전백패지, 한심하지 않은가. 그걸 말이라고 하나?”

정충신이 나섰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지금 우리나라 형편은 오랜 전란을 치르느라 국력이 매우 쇠퇴하였나이다. 지금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계제가 아닙니다. 남이흥 장수는 성격이 괄괄하고 직선적이어서 대드는 것 같습니다만, 용장입니다. 불신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후방의 수령들이 군사 징발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혹독하게 거두고, 재물을 빼앗는 일들이 다반사인 바, 이를 막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국력을 회복하는 일을 다른 데서 찾을 일이 아닙니다. 부패한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것이 국방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조정 신료들을 욕하는 거요?”

갑자기 한 대신이 버럭 역정을 냈다. 정충신이 굽히지 않고 말했다.

“누구나 주어진 자리에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선정을 베푸는 것이 국방력이니, 공직 기강을 바로 세워주십시오.”

“경은 특이한 사람이군. 경쟁자라면 서로 헐뜯고 비방하고 고꾸라뜨리려 하는데 남이흥은 보호해주면서, 대신에 조정 신료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판을 하는군.”

“사실대로를 말하는 것이옵니다.”

“말을 가려서 하렸다?”

대신이 자못 못마땅한 듯이 소리쳤다.

“내가 틀린 말 했소?”

정충신이 맞대거리 했다. 한번 붙어보자는 심산이었다. 탐스럽게 하얀 수염만 기른다고 해서 권위가 있는가.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