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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김우관 중·서부취재본부장의 세상만사 <선거법이 뭐길래…>
선거법이 뭐길래…

김우관 <본사 중·서부 취재본부장>

김우관 본부장
얼마 전 방영된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말 가운데 ‘~ 난감하네’가 기억난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접한 사람이 머쓱해하는 모습을 그려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던 프로였다. 이같은 난감한 상황이 전남 화순의 작은 시골학교에서도 나타났다. 화순읍에서 승용차로 40~50분 가야 다달을 수 있는 북면의 백아산 자락에 위치한 아산초등학교다. 전교생이 고작해야 26명에 불과한 폐교 위기에 처한 전형적인 시골의 작은 학교다.

지금껏 세간의 알려지지 않았던 아산초등학교가 어느날 갑자기 전국적인 관심 학교로 급부상한 것은 지난해 부임한 김경순 교장의 열정이 한 몫을 했다. 김 교장은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 탓에 교육청으로부터 폐교 대상 학교로 몰리자, 학생 수 늘리기에 골몰했다. 이때 김 교장의 머릿속을 스친 아이디어는 낡은 관사를 활용해 도회지에 사는 전학생을 받으면 꼬인 실타래가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생각했다.

김 교장은 당장 실행에 돌입했다. 학부모 대표와 지역민과 함께 A4 한장짜리 기획안을 들고 구충곤 화순군수를 만나 자초지종을 털어놨다.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과 적지 않은 예산에 망설이던 구 군수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사라져가는 농촌학교를 꼭 살려야 한다는 명분이 구 군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화순 시골학교 ‘희망 반란’

이같은 사연을 담은 산골짜기 작은학교의 ‘희망담은 반란’이 남도일보 지면 <11월 7일자 1면>을 통해 보도되자, 전국 각지는 물론 심지어 캐나다와 뉴질랜드 교포들까지 입학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하루 평균 100통 가량이 몰려들 정도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엊그제만 해도 통폐합을 걱정하던 학교가 갑자기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음은 당연하다.

물론 학교에서 제공하는 주택지원은 불과 단 두 채에 불과했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 여느 시골학교도 여건만 성숙되면 얼마든지 아이들이 모여들 수 있다는 가능성 만큼은 확인됐다. 그러나 부푼 희망도 잠시,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선거법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무상주택이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된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 때문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단체장이 선거구민이나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아산초 사례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석을 내린 것이다. 이 때문에 화순교육지원청은 아산초에 전학생 가족을 대상으로 무상주택 지원 계획을 취소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화순교육청은 전학생이 굳이 이 주택을 이용할려면 건물가액 등을 고려해 매월 60만원의 사용료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학교 측과 입주 예정 학부모는 “누가 그렇게 많은 월세를 내면서 시골학교로 오겠느냐”면서 크게 실망했다.

선관위의 경직된 법 해석이 모처럼 찾아온 시골학교 활성화를 위한 ‘희망의 불씨’를 사그라들게 하는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는 측면에서 여론은 따갑기만 했다. 더군다나 작은학교를 끝까지 살리려는 학교 측의 순수함을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위한 선거운동으로 까지 확대 해석한 선관위에 대한 아쉬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선거법 경직 해석에 ‘찬물’

그렇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어 보인다. 문제가 불거지자, 화순교육지원청은 지난 12일, 선관위의 법 해석을 다시 한번 받아보겠다며 중앙선관위에 공식 질의서를 보낸 상태다. 화순 선관위의 판단이 맞는지 확인하고, 설령 맞더라도 예외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려달라는 취지에서다. 전남도교육청도 중앙선관위의 답변 결과에 따라 조례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는 후문이다.

이를두고 일부에서는 작은 규모의 학교 유지를 위해 주택까지 지원하는 것은 ‘과한 지원이지 않냐’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물론 있다. 하지만 좀 더 멀리 봐야 한다는 관점이 우세하다.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젊은이들이 없다는 반증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그동안 학생 수가 줄면 무조건 통폐합 하려는데만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젠 국가가 나서야 할 차례다. 교육 정책의 방향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시골학교 ‘통폐합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아산초등학교 사례는 충분히 입증했다. 시골학교도 여건만 성숙되면 얼마든지 학생들이 몰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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